당초 하반기 반등 전망 우세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인플레이션 변수 커져
중국 봉쇄 영향은 차츰 해소…삼성전자・SK하이닉스 시황 부진해도 호실적 유지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통적으로 반도체 분야 투자 확대계획을 확정했지만 수요가 따라줄지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주요 분석기관들은 반도체 공급 차질이 올 하반기쯤 완화되고 메모리 가격도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저하고’ 관측은 올해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 등으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낮춰진 만큼 적중률이 낮아졌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시황 부진 속에도 호실적을 유지해 업황을 뛰어넘는 실적을 낼 기대감 역시 상존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반도체 업황 상저하고 관측에서 벗어난 요소가 올해 다수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제로코로나 봉쇄 등이 그것이다. 인플레이션도 각국에 예상보다 큰 경제적 압박을 주고 있다. 그 중 중국 봉쇄는 다행히 변환점을 맞았다.
중국이 지난 1일부터 상하이 봉쇄를 해제했다. 중국 경제당국은 봉쇄조치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부양책을 펼칠 것도 예고했다. 이에 봉쇄기간 시장 부진에 대한 기저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 봉쇄는 역내 스마트폰 판매 부진을 야기하는 등 반도체 칩 수요 침체로 연결됐었다. 이 때문에 하반기 메모리 시황 회복 전망도 어둡게 했지만 다시 반전되는 양상이다. 중국의 경제회복이 얼마나 빠르게 전개될지가 반도체 업황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국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중국 봉쇄령에 따른 생산 차질 속에서도 견조한 반도체 판매실적을 유지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2분기 반도체 실적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모바일 기기 등 소비자향 제품과 달리 기업향 수요는 상승세를 이어왔다. 이에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 사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반기에는 수요 시장에서 신규 CPU 서버 출시와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확대가 예상돼 이러한 기업향 수요를 바탕으로 삼성과 SK도 실적 방어율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수요 측면에서 보면, 모바일은 상반기 부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가 오른 데다 중국 봉쇄령에 따른 글로벌 시장 침체 우려까지 겹쳐 구매수요가 위축된 탓이다. 하반기에도 중국이 봉쇄정책을 지속할 경우 스마트폰 시장도 추가 하향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봉쇄 해제로 반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 시장은 5G 통신을 채택한 신제품 사용률이 증가하는 추세라 봉쇄같은 변수만 없다면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PC 분야에서는 북미 데이터 센터가 2월 이후 주문량을 회복하는 등 팬데믹 정상화로 기업향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자동차와 더불어 메모리 시장에서 B2B 수요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D램 시장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하반기 고도화 공정의 안정화 단계에 진입해 비용을 최적화하며 이익 개선에도 성공할 듯 보인다. 이러한 우호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신규 투자를 통한 생산능력 확대 기조도 유지하기로 했다. 낸드플래시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구매 주문량이 지속 증가하면서 스마트폰용 칩 부진 영향을 상쇄하고 있다. 기업용 SSD는 고용량 신제품 채택이 계속해서 늘어나며 낸드플래시 수요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다.
D램 고정가격은 올 1~4월 3.41달러에서 5월 3.35달러로 감소했다. 낸드 고정가격은 작년 7월부터 4.81달러에 계속 멈춰 있다. 그 속에 반도체 수출은 원달러 환율에도 도움을 받아 지난달 또다시 신기록을 갱신했다. 메모리 시황 등 부정적 영업환경에도 국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견조한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산업연구원은 하반기 산업 전망 관련, 반도체 분야는 세계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기업의 중국과 미국 반도체 생산시설이 각각 수율 안정화, 시스템반도체 수요 대응 효과로 가동률이 상승할 것도 예측했다. 또한 시스템반도체는 수요 확대로 인해 판매단가도 상승할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