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평균 55조743억원, 2020년 10월 이후 최소
예탁금 이자율 여전히 0%대…‘역머니무브’ 가시적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우리나라를 덮치면서 동학 개미들의 시장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전년동기대비 반토막 났다. 8월 말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2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투자자 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 예수금 제외) 평균은 약 55조원이다. 역대 최고치였던 1년 전(69조4157억원)에 비하면 21%(14조원)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그간 최저치였던 2020년 10월 예탁금 평균치(53조8308억원)를 2년 만에 갈아치웠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맡겨 놓는 돈이다. 증시 대기자금의 성격이 강하다. 예탁금은 2020년 하반기 크게 늘었다. 이후 2020년 말부터 꾸준히 60조원대를 유지해오다가 올해 1월 70조3447억원으로 70조원대를 돌파했다. 역대 최대치였다. 그러다 2분기 들어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올해 5월 예탁금 평균치는 59조9958억원으로 60조원대가 무너졌다. 지금은 55조원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뚝 떨어졌다. 지난 7월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등 국내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3조317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26조3459억원) 대비 절반 수준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1월(11조8836억원) 이후 최저치다. 올해 1월만 하더라도 20조원을 넘겼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2월 들어 18조원대로 떨어지더니 5월에는 16조원, 7월 13조원대까지 축소됐다.
투자시장을 급격히 얼린 것은 국내외 불어 닥친 경기 침체 우려다. 전 세계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미국은 물가를 잡기 위해 자이언트 스텝(금리 한 번에 0.75%p 인상) 강한 긴축 정책을 단행하고 있다. 금리 역전 현상, 환율 가치 하락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을 관측된다.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2일 2409.41로 마감했다. 2400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면서 25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2330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같은 날 장중 원‧달러 환율은 1362.6원으로 또 연고점을 갱신했다.
증권가의 수심은 깊어지고 있다. 올해 6월말 기준 국내 59개 증권사들의 개인투자자 코스피 거래 수탁수수료 수익은 1조198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대비 절반 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이 예탁금 이자율을 올려야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증권사들의 예탁금 이자율은 대부분 0%대다. 반면 증권사들이 챙기는 신용융자거래 이자율은 높아, 대조적이라고도 말한다. 증권사들의 신용융자거래 이자율은 10%에 육박한다. 빚투(빚내서 투자)족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지표다. 지난 7월 기준 유안타증권의 이자율은 9.9%를 기록했다. 이어 DB금융투자 9.7%, 하이투자증권 9.6%, 한양증권·키움증권·SK증권·신한금융투자는 9.5%, 삼성증권·유진투자증권 9.3%, 이베스트투자증권 9.2%, 한국투자증권·교보증권·KB증권·다올투자증권 9.0% 등 순이다.
시장 평가는 냉정하다. 안전자산으로 투자자금을 옮기는 ‘역머니무브’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7월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겼다. 712조4491억원으로 6월에 비하면 27조3532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정기적금 잔액 역시 같은기간 6524억원 증가한 38조1167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