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지난해 은행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이 저조하다. 은행권은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공격적인 운용에 나섰지만 대내외적 악재가 겹치면서 증시 불황으로 인한 직격탄을 맞았다. 자산운용사들의 원리금비보장 액티브 상품들을 대거 수용했지만 물건들의 수익률이 부진해 줄손실 났다.
16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은행권의 확정기여형(DC), 개인형IRP 원리금비보장 상품 운용수익률은 모조리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익률 제고를 위한 공격적인 운용 결과, 은행들이 원리금비보장 상품 비중을 늘렸다”면서도 “다만 지난해는 원리금비보장 상품 비중을 줄여 안정적 운용으로 전환했다. 수익률은 당장 좋지 않았지만 공격적 운용 의지가 확고한 만큼 향후 증시가 회복될수록 더욱 큰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들의 원리금비보장 상품 취급 비중은 4분의 1 수준이다. 개인형IRP만 놓고보면 신한은행의 원리금비보장 상품 규모는 2조3918억원으로, 비중은 전체(원금보장형 포함, 9조7429억원)의 24.5%에 달한다. 국민은행의 원리금비보장 상품은 2조2453억원으로, 전체(10조599억원) 대비 22.3% 비중을 차지한다. 하나은행의 원리금비보장 상품은 1조8661억원으로 전체의 26.2%, 우리은행은 1조542억원으로 전체의 24.3% 비중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중 원리금비보장형 상품 규모는 신한은행이 최대, 비중은 하나은행이 최고였다.
개인형IRP 원리금비보장 수익률은 부진했다. 최근 1년간 은행들의 원리금비보장 상품의 수익률은 대부분 -15%를 밑돌았다. 원리금비보장 상품 물량이 많은 순서대로 신한은행의 수익률은 -13.90%, 국민은행 -16.04%, 하나은행 -15.77%, 우리은행 -14.35%로 집계됐다.
저조한 수익률은 주식 시장의 불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연금저축 상품의 운용 수익률을 회사별로 놓고 보더라도 시장 불황은 뚜렷하다. 원리금비보장 상품은 자산운용사들의 펀드가 대부분이다. 액티브형 펀드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증시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널뛰기 한다. 저축형 상품을 운용 규모 상위 7개사는 삼성자산운용(1조6655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1조3005억원), KB자산운용(1조152억원), 하나유비에스자산운용(9059억원), 피델리티자산운용(7770억원), 신영자산운용(6481억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5726억원) 등이다.
이들 업체의 작년 한해 연금저축 펀드 수익률은 한국투자신탁운용 -37.59%,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34.07%, KB자산운용 -30.75%, 하나유비에스자산운용 -26.11%, 피델리자산운용 -24.42%, 신영자산운용 -22.25%, 삼성자산운용 -16.96%였다. 최대 30%가 넘는 손실률은 퇴직연금의 원금 손실로 이어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은행권의 퇴직연금 운용관리와 자산관리 수수료율이다. 은행권 퇴직연금 수익률이 금융투자사, 보험사 등 타 업권에 비해 월등히 높지 않으면서도 수수료율은 최고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은행의 개인형IRP(가입자부담분) 수수료율(운용관리‧자산관리 합산)은 1억원 기준 제주은행이 0.35%로 가장 높고, 광주‧IBK기업은행 0.26%, 신한‧국민‧우리은행 0.25%, 하나‧NH농협‧DGB대구‧BNK부산‧BNK경남은행 0.24%, KDB산업은행 0.20%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준 대부분 증권사들의 수수료는 없다. KB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 한국포스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수수료를 받는 곳은 하이투자증권(0.38%), 신영증권(0.30%), 현대차‧대신증권(0.25%), 미래에셋증권(0.24%) 등이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