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카드사들이 결제시장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할부·리스 등 부업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할부·리스는 자동차 등을 사거나 빌리는 고객에게 돈을 대출해주고 이자를 받는 사업이다. 카드사의 주 수입원은 고객이 카드 결제를 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이기 때문에 할부·리스 사업은 부업으로 분류된다.
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카드사들의 할부금융 및 리스 자산 합계는 총 16조93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4조4031억원) 대비 17.6%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리스업 잔액의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리스업을 영위하고 있는 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 등 6개 카드사의 지난해 3분기 말 리스 자산은 6조1809억원으로 2021년 3분기(4조5260억원)에서 36.6% 급증했다.
할부금융을 취급하는 6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BC)의 할부금융 자산 총액은 같은 기간 9조8772억원에서 10조7526억원으로 8.9% 증가하며 10조원을 넘어섰다.
카드사들의 할부금융 및 리스 사업 성장세가 가팔라진 이유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조달비용 상승 여파로 카드사들의 핵심 수익원인 신용판매 부문과 카드 대출 사업에서 수익 창출이 어려워진 영향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 시장 포화 등으로 카드사가 본업에서 이익을 거두기 힘든 상황이 되면서 부업의 성장 폭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012년 여신금융전문법이 개정된 후 카드사의 본업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정부가 3년마다 중소·영세 가맹점을 대상으로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연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이 0.8~1.6%에서 0.5~1.5% 수준으로 낮아졌는데,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중소·영세 가맹점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가맹점의 96%에 이른다.
대부분의 국민이 한 장 이상의 카드를 사용하고 있어 시장이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도 본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페이 등 간편결제 사업자와의 경쟁도 카드 수수료 수익이 줄어드는 이유로 꼽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본업에선 먹거리를 찾을 수 없어 적극적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