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충격에 신용경색 재현 우려…연내 만기 회사채 54조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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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충격에 신용경색 재현 우려…연내 만기 회사채 54조 ‘뇌관’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03.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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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환 불투명한 비우량 회사채 규모도 15조 육박
레고랜드 사태 뛰어넘는 신용위기 사태 올 수도
올해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의 상환 규모가 54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잠잠했던 자금시장이 다시 경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의 상환 규모가 54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잠잠했던 자금시장이 다시 경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올해 초 잠시 '유동성의 봄'이 오는 듯 했던 기업들의 자금시장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풍부했던 회사채 시장이 다시 경색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에도 주요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긴축 기조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불안요인이다.

더 큰 문제는 올해 말까지 회사채 만기 상환 규모가 54조원에 달하며 사상 최대에 달한다는 점이다. 특히 A등급 이하 비우량채만 15조2000억원에 육박하며 상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이 자칫하면 조만간 경색될 수 있는 회사채 시장에서 서둘러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86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회사채 시장이 점차 경색되는 분위기다. SVB가 파산 이후 이같은 징후가 감지된다.  이달 초 수요예측을 진행한 현대차증권은 모집액 1000억원을 채우지 못해 미매각이 발생했다. 현대자동차그룹에 속해 있지만 중소형 증권사라는 한계로 기관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시기 회사채 발행에 도전했던 LG전자 등 대기업그룹 주력 계열사는 기관투자자의 뭉칫돈이 몰려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회사채 시장 전문가들은 연초 다소 풍부했던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통상 기관투자자는 연초에 자금을 적극적으로 투자하기에 유동성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한다. 아울러 지난해 발생한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콜옵션 미이행 사태가 올해는 다소 해결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자했다. 그러나 22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0.25%포인트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내 회사채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금리 인상 폭을 줄이며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평가가 있지만, SVB 파산 이후에도 글로벌 긴축 통화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는 점이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지 못하는 분위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FOMC 회의 직후 "올해 중 금리 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며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추가 인상 여지까지 열어 놓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금리 인상으로 4.75~5% 수준에 도달한 미국이 올해 한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로 인해 한국은행도 3.5% 수준인 기준금리를 조만간 3.75%까지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 상단인 5%와 1.5%포인트나 격차가 나는 상황이라 더 높은 금리를 찾는 자금들이 국내 시장을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내 기준금리가 상향 조정된다면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아울러 긴축 통화 정책으로 국내 대기업 실적도 악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제조업 중심인 국내 대기업그룹 계열사 대부분은 지난해 하반기 긴축 통화 정책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실적 부진을 기록했다. 올해 초부터 미국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된 만큼 수요 위축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문제는 금리 리스크와 기업들의 어닝쇼크 속출 등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 역대 최대 규모로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올해 4월부터 12월까지 국내 기업 만기 회사채 규모는 54조3842억원에 달한다. 이는 4~12월 기간 동안 역대 최대치에 해당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금리가 낮았던 2020년과 2021년 발행한 회사채 2·3년물 만기가 올해 한꺼번에 도래하는 점이 부담을 키웠다. 당장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대규모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는데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채권 시장과 단기 금융 시장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발생한 신용 위기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언제든 채권 시장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경기가 본격적으로 둔화되고 고금리가 이어지며 비우량물 매입 수요가 나아지기 어렵다"며 "은행채와 고신용등급 회사채 등에 비해 비우량 회사채, 여신전문금융채권 등은 순발행이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만기가 닥쳤을 때 차환 발행도 여의치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 자금과 부동산 시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4분기 기업어음(CP) 금리가 급등했다. CP·전자단기사채가 29조5000억원의 ‘마이너스 순발행’을 기록했다. 또한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지난 1월 전국 미분양 주택이 7만5000여호로 지난해와 비교해 약 3.5배 증가했다. PF ABCP 금리는 10%를 웃돈다. 이 때문에 대한상의 SGI는 “경기 둔화 국면에서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위험이 재발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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