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 공개서한 "인류에 심각한 위험 가능성 높아"
서한 진위여부 논란…머스크식 '쇼'라는 시선도
서한 진위여부 논란…머스크식 '쇼'라는 시선도
매일일보 = 신지하 기자 | 세계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을 최소 6개월 간 중단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간과 대등한 수준의 지능을 갖춘 AI 시스템이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정치·경제적 혼란을 일으켜 결국 인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단체 '삶의 미래 연구소(FLI)'는 최근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최신 거대 언어모델(LLM)인 GPT-4를 능가하는 AI 시스템 개발을 최소 6개월간 중단하자'는 공개 서한을 내놨다. 여기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외에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전문가, 정보기술(IT) 업계 경영자들까지 18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개 서한에서 독립적인 전문가들에 의해 공동의 안전 협약이 개발, 시행되고 감사를 받기 전까지 거대 AI 모델 개발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또 인간과 경쟁하는 AI가 정치·경제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해당 서한에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AI 및 디지털 정책센터(CAIDP)'도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오픈AI를 고발한 상태다. CAIDP는 오픈AI가 GPT-4를 상업적으로 출시하면서 AI의 불공정하고 기만적인 영업행위를 금지한 FTC 법과 AI에 대한 지침을 위반했다고 지적하며, FTC는 필요한 안전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오픈AI의 GPT 모델 출시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 경찰기구인 유로폴도 온라인 피싱과 허위 정보 유포, 사이버 범죄 등에 챗GPT와 같은 첨단 AI가 오용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윤리·법적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달 들어 FLI 주도로 작성된 공개 서한은 '가짜'라는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서한 내용에 동의하지 않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 측 수석 과학자 얀 르쿤 등의 이름이 올라간 것이다. AI 개발 위험성 근거로 인용한 논문들의 원저자들조차 과도한 주장이라며 비판 대열에 서고 있다. 돌출행동이 잦은 머스크 방식의 '쇼'라는 시선도 있다. 머스크는 이미 오래전부터 트위터와 공개 발언에서 AI의 진화가 인류 문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올트먼 CEO와 오픈AI를 공동 설립했으나 AI에 대한 견해 차이로 지분을 매각하고 이사진에서 사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FLI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어 서한 내용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한편, 업계 선두주자인 오픈AI를 끌어내리기 위한 후발주자들의 노림수라는 시선도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AI의 급속한 기술 진화는 화이트컬러 같은 전문 직종을 빠르게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형성돼 있고, 기술 속도에 비해 윤리적인 이슈가 상당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잠시 개발을 멈추고 생각을 해보자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머스크의 그간 행적을 돌이켜 봤을 때 공개 서한에 대한 진정성을 믿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