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만성 통증은 인간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아무리 육체가 건강하고 정신력이 강해도 만성 통증 앞에서는 무력하다. 암으로 인한 고통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박경리와 같은 대문호도 암 투병 중에 대작 '토지'를 집필했다. 그러나 만성 통증 환자는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24시간 지속되는 만성 통증은 죽음보다도 고약하다. 목 디스크로 고생하던 한 지인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7년 9월 출간한 '환자를 위한 통증 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만성 통증 환자의 수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2021년 기준 미국 성인 인구의 약 20.4%가 만성 통증을 겪고 있고, 몇 년간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만성 통증 환자 비율이 약 22%로, 이는 약 1,100만 명의 성인 인구를 의미한다.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인 일본의 경우 약 26%이다. 만성 통증은 요통(허리 통증), 목 통증, 관절염, 신경성 통증, 두통, 섬유근육통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문제는 만성 통증이 노인뿐만 아니라 젊은 층에게도 확산되는 추세라는 것이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이 성장판염, 무릎 통증, 근육통, 골반 불균형 등의 만성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로 인한 고통이 인생을 고약하게 바꿀 수도 있다. 내가 만성 통증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내의 허리 디스크 때문이었다. 아내는 척추협착증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았다. 수핵이 터져 서지도 눕지도 못하는 극단적인 상황이었다. 약물과 주사 요법도 소용 없었고 갈수록 악화되었다. 급기야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때부터 척추협착증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동서양 최고 전문가의 책과 논문들을 공부했고, 나름 고수들을 만나 가르침을 받았다. 그래서 만성 통증에 관한 작은 통찰(Insight)이 생겼다. 통증은 인간을 괴롭히기 위해 생긴 것이 아니다. 통증은 우리 몸의 경보 시스템으로 신체에 손상이나 잠재적인 위험이 있는 경우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만약 통증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인간은 부상, 화상, 질병 등에 적절한 처치를 못해 심각한 건강 문제와 위험에 노출된다. 만성 통증은 인간에게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그러나 인간은 유독 만성 통증에 취약하다. 예를 들어, 야생 동물들은 만성적인 통증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드물다. 아이러니하게도, 과학 기술과 의학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만성 통증은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만성 통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의 직립보행에 있다. 인간이 영장류(Primates)에서 분화되어 나온 시기가 약 600만 년 전이다. 인간은 사실상 유일하게 두 발로 서서 생활하는 포유류이다.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이고 중요한 변화는 바로 직립보행이다. 이로 인해 인간의 뇌가 커졌고,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두 손의 자유로움과 도구 사용 역시 직립보행 덕분이다. 직립보행은 인간의 움직임에 극단적으로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직립보행은 네 발로 걷는 것보다 약 75% 정도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 한다. 이러한 에너지 효율성은 인간이 더 오랫동안 걷거나 뛸 수 있게 해주며, 먼 거리를 이동할 때 큰 이점을 제공한다. 그러나 직립보행으로 인해 인간의 척추는 S자 형태를 띠게 되었다. 이로 인해 허리와 목 부분에 더 큰 부담이 가해졌다. 또한 하지 관절은 몸의 무게를 지탱하게 되어, 무릎과 골반 등의 관절에 부담이 가해졌다. 직립보행은 인간의 근육 사용 패턴이 변화하여 근육 사용이 줄어들거나 불균형이 발생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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