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가 대한민국 사법부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양국 경제협력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협박하면서 한국 정부가 법원 재판에 개입해 유사한 판결이 나오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12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일본 도쿄도 지요다구 외무성 회의실에서는 한일고위경제협의회(차관보급)가 열렸다.이 자리에서 일본 측은 최근 한국 법원에서 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양국 경제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나서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일본측의 요구에 대해 우리 측 대표단은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일본 측 요구는 9월 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밝힌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최근 한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게이단렌(經團連) 등 일본의 주요 경제단체도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재산이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며 판결에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이날 일본 대표단은 후쿠시마 등 8개 현 수산물의 전면 수입금지 조치도 빨리 풀어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에 우리 측은 “수산물 수입 규제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한 잠정 조치라고 강조하면서 안전성 우려를 없애도록 일본이 노력해달라”고 요구했다.양국은 이런 갈등과 무관하게 경제적 협력을 위해 계속 노력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협의회 산하에 실무협의체를 만들어 후속 조치를 점검하고, 양국 관계가 나아갈 방향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일본은 제안을 환영하고 필요한 협의를 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또한 양국 대표단은 수교 50주년을 맞는 2015년을 계기로 2018년 평창 올림픽·2020년 도쿄 올림픽과 연계한 관광산업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 기업의 제3국 공동 진출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도 확대해 나가기로 합의했다.한편 1999년 개설 후 12번째이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날 고위경제협의회에는 안총기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외무성 외무심의관을 각각 한국과 일본의 수석대표로 참가했다.한국은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식품의약품안전처·주일 대사관 등의 공무원이, 일본은 외무성·총무성·경제산업성·농림수산성 등의 관계관이 협의에 참석했다.이번 협의에 대해 외교부는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양국 간 경제 분야 현안을 진솔하게 점검하고, 앞으로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협력 틀을 구축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