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락세, 지난해 대비 기저효과…생활밀접품목 오름세 지속
설탕‧원유 등 가공식품 주재료 가격 폭등…에너지 비용도 불안정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고물가 둔화 분위기에도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은 들썩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0.14(2015=100)로 지난 4월(120.50) 대비 0.3%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지난달 석유·화학제품 등의 가격이 내리면서 생산자물가가 두 달째 내림세를 타고 있는 모습이다. 생산자물가의 전월대비 상승률은 올해 1월 0.4%에서 2월 0.2%, 3월 0.1%로 오름세를 보이다가 4월 -0.1%로 하락 전환했다.
다양한 지표가 물가 상승률 둔화세를 가리키지만, 소비자 체감은 더디다. 지난해 물가가 워낙 많이 오른데 따른 기저효과란 분석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가공식품, 농림수산품, 전기수도세, 인건비 등 생활 밀착형 품목의 가격은 여전히 치솟고 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를 살펴보면, 국내 가공식품 생산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 밀 가격은 이달 t당 232달러85센트로 지난해 동월보다 37.3% 하락했지만, 설탕 등 제반 부자재 비용은 지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설탕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설탕 가격지수는 157.6으로 전월(149.4)보다 5.5% 올랐다. 국제 원당가격은 지난 25일 기준 원당은 t당 549달러, 설탕은 699달러를 기록했다. 이상 강우 등으로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을 비롯한 인도, 아시아 주요 생산국의 사탕수수 작황이 부진했고 수확이 지연된 영향이다. 극심한 여름 가뭄에 유럽 사탕무의 저조한 수확, 엔데믹에 따른 수요 증가도 설탕의 가격 오름세를 키웠다.
이밖에 석유수출국기구가 최근 감산 결정을 하고, 이것이 사탕수수를 에탄올 생산 쪽으로 유도하게 할 경우 설탕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설탕은 빵, 아이스크림, 과자, 음료수 등 주요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만큼 식음료 및 외식업계 N차 줄인상을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슈가플레이션에 이어 ‘밀크플레이션’도 예고됐다. 최근 낙농가의 생산비 증가, 축종별 마리당 소득 감소에 따라 올 하반기 원유 가격 인상은 기정사실화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젖소 1마리당 순수익은 152만9000원으로 전년대비 37.2% 감소했다. 원유생산량도 197만5414t으로 2.9% 줄었다. 원유값이 오르면, 유가공제품은 물론, 우유를 재료로 하는 빵, 아이스크림, 커피 등 식음료 제품들의 가격이 연달아 치솟는 밀크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축산‧수산‧농산물 가격도 모두 비싸졌다. 한국은행이 밝힌 지난 5월 농림수산품 가격은 전월 대비 1.5% 상승했다. 품목별로 축산물(3.1%), 수산물(1.2%), 농산물(0.3%) 순으로 오름 폭이 컸다.
지난 5월 전기가스 인상에 따른 이월효과와 농산물, 에너지, 비철금속 가격 반등 등 물가 상방요인이 잔재한다. 지난 5월 전력·가스·수도·폐기물은 전력(3.1%) 등은 모두 올라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땐 23.2% 올랐다. 에너지 공공요금의 경우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째 20%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분기 전기요금을 ㎾h당 8원 올린 바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간 코로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관계 등 다양한 대내외적 요인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일어나며 각종 주요 원부자재들의 가격이 상승돼 공급가격이 올랐다”며 “국민들의 소득 창출이 밑받침되지 못한 상황에선 소비자 물가가 정체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