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소나무숲길 에 취해보자
[매일일보 유원상 기자] 한반도의 허리에 위치한 울진은 진귀한 보배가 많다는 지명처럼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조금씩 모두 담고 있다. 흔히 울진하면 ‘오지 중에 오지’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고속도로가 닿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더욱이 높은 산으로 막혀 있어 구불구불 산길을 돌아야 한다. 그만큼 울진은 섬 아닌 육지로서는 수도권에서 유달리 먼 곳 중 하나이다.
하지만 멀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지나치기에 울진의 매력은 너무나 무궁무진하다. 순박한 사람들의 인정은 둘째치더라도 동해의 절경과 금강송군락지의 푸름, 덕구온천의 따뜻함 등 산, 바다, 계곡이 보여주는 울진의 아름다움은 아무리 멀어도 이곳을 꼭 방문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우리나라 어느 고장보다도 깨끗한 산과 계곡, 아름다운 바다를 품고 있는 울진. 이곳에서 여행객들은 자연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선물, 그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금강송군락지솔~솔~ 솔 향에 몸과 마음까지 청정
울진군 서면 소광리 숲 속에 가면 토종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의 소나무는 우리가 흔히 보는 그런 소나무가 아니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자태가 매혹적인 금강송이다.
소나무 원시림의 원형이라고 불릴 정도로 생태계가 잘 보존된 금강송군락지는 조선 숙종 6년(1680년)에 황장봉산으로 지정돼 보호받았다. 그 증거로 사사로이 이 산에서 나무를 벨 수 없다는 글귀를 새긴 황장봉계금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조선 왕실에서는 소광리 금강송을 베어다 궁궐을 짓고 관을 짰다. 금강송이란 금강산과 태백산간에서만 자란다는 토종 소나무를 말한다.
이곳은 지난 2000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황장봉계 표석에서부터 시작되는 숲의 면적은 1,800ha로 여의도 면적의 6배에 달한다. 이곳에서 50년, 100년을 산 소나무는 명함을 내밀지도 못한다. 200년 이상을 산 소나무만 8만 그루가 넘는다. 최고령 금강송은 금강송 전시실 앞에 뿌리를 내린 노송(지름 96cm, 키 25m)으로 수령이 520세나 된다. 어찌나 밑둥이 굵은지 성인 두명이 팔을 벌려 껴안아도 손이 닿지 않을 정도다.
150리 보부상 옛길 따라 생태탐방하늘이 가려질 정도로 울창한 금강송 사이로 산책로가 펼쳐진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몸에 밴 솔 향에 마음까지 맑아짐을 느낄 수 있다.금강송군락지는 여행지도, 휴양림도 아니다. 산림청에서 산림유전자자원을 보호하고 연구하는 구역이다. 이곳은 지난 1959년부터 민간인의 출입을 금지했다. 금강송 군락지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6년. 남부지방 산림청이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 에코투어’란 이름으로 일반에 개방하면서부터다.이 숲을 찾은 여행객들은 2시간짜리 생태탐방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야영장 주차장을 출발해 금강송보호비, 할아버지 소나무, 타임캡슐, 못생긴 소나무를 돌아본다.울진에서 봉화로 넘어가는 보부상의 옛길 십이령도 울진의 숲길 트레킹 명소이다. 울진군 북면 두천에서부터 시작되는 십이령길은 쇠치재, 바릿재 등을 거쳐 모래재까지 가는 길로, 산길을 따라 150리나 이어져 있다.
이 십이령은 1980년대 초 불영계곡을 관통하는 국도가 개통되어 사람들에게 잊혀졌다가 산림청과 울진군이 테마길로 복원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보부상 옛길 십이령 탐방은 산림자원 보호와 탐방객의 안전을 위해 숲해설사가 동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문의: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9-6902 사단법인 울진숲길 054-781-7118
<교통정보>
-서울에서 출발→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영주IC)→36번 국도→봉화군→울진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울진읍 시외버스터미널내에서 두천1리까지 버스 이용
■죽변항바람, 파도 그리고 대나무울진읍의 북쪽에 위치한 어항인 죽변항에는 높이 15.6m의 울진등대가 서 있다. 손꼽히는 어로기지인 이곳은 언제나 어항 특유의 활기와 생명력이 가득하다. 그만큼 이른 아침 때를 잘 맞추면 각종 어패류와 활기찬 어시장의 풍경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죽변항의 하루는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다. 새벽녘 잡어들의 거래로 시작되는 경매는 대게 경매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오전 10시 즈음까지 이어진다. 한바탕 장이 끝나면 죽변항은 다시 잔잔한 수면과 한가로운 바닷가 마을로 돌아온다.죽변항 초입의 길가 당집 옆에는 수백 년 묵은 향나무(천연기념물 제158호)가 있다. 코끝을 진동하는 향나무의 그윽한 향기도 좋고 다이내믹하게 뒤틀린 수형(樹形)도 볼 만하다.
이 나무는 울릉도 향나무의 씨앗이 해류를 타고 와서 뿌리를 내린 것이라고 한다. 죽변에서는 어디서나 울진등대가 눈에 띈다. 소박하면서도 당당한 자태의 등대 주변에는 대나무가 지천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울리는 대나무의 공명이 파도소리와 뒤섞여 묘한 울림을 낸다. 울창한 대숲 속으로는 ‘용의 꿈길’로 이름 붙여진 산책로가 구불구불 이어진다.죽변항의 뒤편으로는 빨간 지붕의 교회 건물과 아주 오래된 듯한 일본식 가옥이 들어서 있다. 드라마 ‘폭풍 속으로’를 촬영한 세트장이다. 대가실의 쪽빛 바다와 빨간 교회 그리고 이국적인 형태의 집이 서로 어우러져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광을 연출한다.이곳은 세트장이 들어서기 전에도 바다 경관이 아름다워 인근 사람들에게 이름이 높았다고.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다와 절벽, 기암의 조화가 그림처럼 펼쳐져 호젓한 바다의 낭만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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