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치인들, 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기시다는 공물 봉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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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치인들, 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기시다는 공물 봉납
  • 이태훈 기자
  • 승인 2023.08.1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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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집권당 간부 및 경제안보담당상 참배 단행
A급 전범 14명 위패 안치···기시다는 '자민당 총재' 명의 공물
참배 때마다 관계 약화···'목전' 한미일 정상회의 고려된 듯
 
15일(현지시간) 일본 국회의원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일본 국회의원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일본 유력 정치인들이 자국 패전일(종전일)인 15일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일본 집권당 간부는 물론 내각 각료도 참배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앞둔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번에도 공물만 봉납했다.

교도통신은 하기우다 고이치 집권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이날 도쿄 지요다구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자민당 간부로 분류되는 '당 4역' 중 한 사람인 하기우다 정무조사회장은 작년 패전일에도 야스쿠니 신사를 찾은 바 있다. 그는 참배 후 기자들에게 "지난 세계대전에서 고귀한 희생을 한 선인들의 영령에 애도를 표하고 항구 평화, 부전에 대한 맹세를 새롭게 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에도 참배를 단행한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은 올해도 참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은 지난 8일 참배 진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회견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으나 참배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도 집단 참배했다. 일본 유력 정치인들의 신사 참배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유는 야스쿠니 신사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를 비롯해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안치돼 있다. 근대 100여년 동안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명의 위패도 함께 보관돼 있다. 강제로 전쟁에 동원됐던 한국인 2만여 명도 합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참배 대신 '자민당 총재' 명의의 공물 대금을 봉납했다.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한일 관계뿐만 아니라 2차 대전 당사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경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전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는 재임 중 꾸준한 참배로 한일 관계를 크게 악화시켰으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지난 2013년 참배를 강행했다가 미국의 반발을 샀다. 당시 미국 국무부는 아베 전 총리를 향해 '실망(disappointed)'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하게 비판했다. 목전으로 다가온 한미일 3국 정상회의도 기시다 총리의 '참배 패스'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둔 일본은 이번 3국 정상회의에서 방류 당위성을 한층 높이기 위한 물밑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8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정상회의 후 발표할 공동성명에 한미의 '방류지지 표명'을 담길 원하고 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개선된 한일관계의 지속성을 위해 기시다 총리가 참배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진일보를 위한 기시다 총리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글에서 "신냉전으로 가치외교가 중시되는 현 상황에서 반성을 모르는 전범국의 멍에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시다 총리의 결단이 필요한 때"라며 기시다 총리의 참배 자제를 촉구했다. 태 의원은 "자유연대에 기반한 굳건한 한미일 공조를 위해서는 일본이 역사인식에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일본의 역사 직시와 과거에 대한 성찰, 진정한 반성을 기대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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