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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민영] 법무부는 20일 1990년대 후반 3900억원대의 금융사기를 저지른 후 중국으로 도주한 변인호씨(56)를 14년만에 국내로 송환했다고 밝혔다.법무부는 당시 징역 15년형을 받은 변씨를 7일 간 복역하게 해 형 집행 시효를 연장한 뒤 중국으로 돌려보낼 예정이다.변씨는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를 틈타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이나 대학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변씨는 구매자가 없는 어음을 할인해주겠다며 1000억원대의 약속어음과 당좌수표를 받아내 이 중 수백억원을 챙겼다.변씨에게 어음을 맡긴 기업들은 부도 위기에 몰렸다. 변씨는 해외에 유령업체를 설립한 후 반도체를 수출입하는 것처럼 가짜 서류를 만들어 시중은행 8곳으로부터 2300여억원에 이르는 선수금을 받아냈다.검찰은 1997년 3941억원의 금융사기를 벌인 혐의로 변씨를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1999년 변씨는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고혈압 등 지병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중 병원 창문을 통해 도주했다.당시 변씨의 도주에는 변씨의 변호인과 구치소 의무관 및 교위, 경찰관, 여행사 대표 등이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도주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변씨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해외 도피 중에도 범죄인의 형 소멸시효가 계속 진행되는 현행법상 변씨는 내년 3월2일이면 형이 면제된다. 법무부는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변씨의 신병을 7일 동안 인도받아 징역형을 집행한 뒤 중국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다.변씨는 중국 형기가 끝나는 2018년 4월까지 현지 교도소에서 지내고 이후에는 국내로 돌아와 잔여 형기를 마쳐야 한다. 법무부는 해외 도피 기간 중 형 시효를 정지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