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한 프랜차이즈 중식업체에서 일했던 정지윤 씨(23세)는 근로계약서는 없었고 임금은 현금으로 받았다. 매장 자리가 좋아서인지 식사 시간에는 손님이 너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사장의 빈번한 성추행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지만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일을 그만 둘 수는 없었다. 정 씨는 근무 도중 근로계약서.주휴수당이 권리라는 사실을 알고 작년 12월 사장에게 제기했다.그런데 사장은 1주일 후 빈 근로계약서를 돌려주며 “다시는 나오지 마”라며 해고했다.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생이 근무하는 사업장에서 체불임금, 부당해고 등 사용자와의 다툼이 발생했을 때 기준이 되는 매우 중요한 문서인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알바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시간제 근로자 3명 중 2명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열악한 처우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단체인 ‘알바노조’는 지난달 15∼31일 서울·경기 지역 대학가의 편의점, PC방, 커피전문점 등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159명을 면접조사한 결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비율은 46%(73명)로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알바노조는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라 사용자는 임금을 비롯한 소정근로시간, 휴일 등의 근무조건이 담긴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하여 노동자에게 교부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동법 114조에 의거해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며 “하지만 고용노동부에서 실시하는 근로실태조사에서도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받은 사용자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근로계약서를 작성한 73명 가운데 계약서를 교부받은 사람은 40명에 불과했다. 4대 보험에 가입된 비율은 27%(59명), 4시간 일한 뒤 30분 휴식을 보장받는 비율은 37%(59명)에 그쳤다.아르바이트생이 받는 임금·수당 등 처우도 열악했다. 시급으로 법정 최저임금인 4860원 미만을 받는다는 응답이 19%(31명)나 됐고 4860원이라는 답은 19%(31명)였다. 이밖에 5000~7290원 46%(73명), 4860∼5000원 8%(12명), 7290원 이상 1%(1명) 등으로 조사됐다.법이 정한 주휴수당을 받는다는 답은 18%(29명), 오후 10시∼오전 6시 근무 시 야간수당을 받는다는 답은 21%(34명)에 그쳤다.아르바이트생들은 ‘현재의 최저임금이 적절하지 않다’(70%)고 생각하며,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86%)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트레스의 원인으로는 낮은 시급(63명), 장시간 노동(46명), 인격적 무시(30명) 등이 꼽혔다.이밖에 최저임금이 두 배로 오른다면(중복응답) 하고 싶은 일로 저축(83명), 문화생활(79명), 개인 물품구매(53명), 아르바이트 단축(47명) 등을 하겠다는 답이 나왔다.또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거나 아르바이트 시간이 줄어든다면(중복응답) 하고 싶은 것으로 취미활동(106명), 문화생활(76명), 학업에 집중(55명), 휴식(53명) 등을 꼽았다.정부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인상(108명), 노동법위반 처벌(85명), 아르바이트 근로실태 감독 강화(55명), 고용주 노동·인권교육 실시(37명) 등을 요구했다.알바노조는 “고용노동부가 근로계약서 교부 의무를 지키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시에 관련법에 근거해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어 “보완책으로 임금명세서 교부를 의무화하여 노동자가 한 달 동안 일한 내역과 그에 따른 급여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한편 알바노조는 조만간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은 사용자의 처벌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서울동부고용센터 등 각 사업장 관할 고용센터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