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올드보이의 과욕?···그들 부른 건 '정쟁·불통' 21대 국회
상태바
[기자수첩] 올드보이의 과욕?···그들 부른 건 '정쟁·불통' 21대 국회
  • 이태훈 기자
  • 승인 2024.02.07 14:2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21대 국회는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특히 20대 대선을 기점으로 그랬다. 초거대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패배로 일순간 야당으로 전락하면서 국회는 그야말로 투전판이 돼버렸다. 정부와 거대 야당 사이를 조율해야 할 여당은 대통령 대변인을 자처하며 국회 운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고, 야당은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와 탄핵소추를 남발하며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쟁과 불통'으로 채워진 21대 국회는 이제 끝났다. 오는 4월 10일 다시 국민의 대표를 선출한다. 그 자리를 소위 '올드보이'들이 노리고 있다. 여권에서는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73)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6선의 이인제(76) 전 의원과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심재철(66) 전 의원도 복귀를 노리고 있다. 야권에서는 박지원(82) 전 국가정보원장과 17대 대선 후보를 지낸 정동영(71) 전 통일부 장관, 5선 의원 출신 이종걸(67) 전 의원이 이미 출마 채비를 마쳤다.
이들의 출마는 총선을 앞두고 '중진 희생'을 요구하는 여야 풍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실제로 국민의힘 한동훈 지도부는 영남권 중진들에게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구에 출마를 요청한 상태고,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도 "선배 정치인들은 후배를 위해 길을 터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며 사실상 올드보이들의 불출마를 압박했다. 현역 의원들도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선배들의 행보가 달가울 리 없다. 하지만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올드보이들에게 출마 명분을 제공한 이들은 21대 국회 구성원들이다. 20년간 국회 생활을 한 모 정치인은 기자에게 "역대 어느 국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국회를 민의의 전당이 아닌 싸움터로 만든 사람들이 '정치 복원'을 외치며 국회 입성을 노리는 이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적어도 대통령 부부 비호와 당대표 방탄에 모든 의정 역량을 쏟아부은 당사자들이 낼 수 있는 목소리는 아니다. 흔히들 선거는 '명분 싸움'이라고 한다. 당선돼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운동권 청산'이나 '거대야당 심판', '검찰 독재 타파' 등 여러 슬로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 사이에 분명 '정치 복원'의 요구가 있다. 국회를 정쟁과 불통의 장으로 만든 21대 국회 구성원을 심판하라는 목소리일 것이다. 국회는 민의를 대변하고 협치를 통해 민생을 돌볼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자들의 공간이다. 21대 국회는 올드보이들의 희생을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국회의원으로서 본분을 다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치도사 2025-02-07 23:20:34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정치복원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