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각 당 수장은 리더십을 앞세워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한편,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전략을 수시로 바꾸며 우왕좌왕하는 이가 있다. 바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앞서 한 위원장은 이번 총선 핵심 목표로 야당에 대한 '운동권 심판론'을 외쳐왔다. 그러나 그의 운동권 심판론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대표적인 86(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 인사가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명분을 잃었다. 이후 한 위원장은 갑작스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싸잡아 '이조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 위원장의 '이조 심판론'이 현 전쟁에서 적절한 전략이 맞는지는 의문이다. '전략'이란 전쟁을 이끌어 가는 방법·책략을 말한다. 엄밀히 말하면 한 위원장의 여러 심판론은 전략이 아니라 이보다 하위 개념인 '전술'에 가깝다. 전술은 전쟁·전투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기술과 방법 즉 수단이다. 바꿔 말하면 한 위원장은 지금 전쟁터에 전략 없이 뛰어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근본적인 패착은 바로 총선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 총선은 그 누구도 아닌 3년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와 여당을 평가하는 자리다. 때문에 한 위원장의 각종 심판론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여론이 야당의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야당은 이를 간파했고, 현 정부의 실정을 낱낱이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뛰어난 장수는 전쟁 중 상황을 신속하게 판단해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전장에서 판단력이 부족한 장수는 자신은 물론, 병사들을 죽음으로 내몰리게 한다. 한 위원장이 선거 국면에서 해야 할 일은 국민에게 '야당 심판'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다. 민심과 멀어지며 소위 '똥볼'을 차는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날리고 바로잡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 위원장에게는 신속·정확한 판단력이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 비속어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장수의 덕목인 '자기 통제력'에서도 낙제점을 받고 있다. 장수는 전쟁에서 냉정해져야 한다. 장수가 자기 통제력을 잃는 순간 병사들을 동요케 하는 것은 물론, 적에게 약점을 노출시킨다. 한 위원장은 "다급한 심정은 이해 가지만, 이성을 잃지는 않았으면 한다"는 야당의 조롱 섞인 말에서 자신의 전략을 되돌아봐야 한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