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생태미술가는 왜 호수에 로봇 거위를 띄웠을까? 컴북스이론총서 『내털리 제러미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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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생태미술가는 왜 호수에 로봇 거위를 띄웠을까? 컴북스이론총서 『내털리 제러미젠코』
김종혁 기자
승인 2024.06.18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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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인간과 함께하는 환경 개선 프로젝트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거대 도시에 사는 현대인은 중독, 비만, 불면 등 여러 건강 문제에 시달린다. 눈부시게 발전한 의료기술도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
우리를 둘러싼 도시환경에서 인간·동식물·기계가 맺는 복잡한 관계를 간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내털리 제러미젠코는 도시를 인간만의 서식지로 간주하는 기존 시각을 비틀고 ‘환경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전개한다. 다양한 공적 실험과 이벤트로 대중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며 ‘도시생명다양성’을 향해 나아간다.
생태미술가로 활동하는 제러미젠코는 본래 컴퓨터공학과 전기공학을 전공한 과학자다. 정보기술과 예술을 접목해 기술 이면에 숨은 권력을 고발하는 ‘역(逆)기술국’ 활동으로 이력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이 품은 접속과 소통의 힘을 발견했고, 직접 제작한 기계나 프로그램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위계를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예컨대 호수에 마이크를 내장한 로봇 거위를 띄워 사람들이 거위와 대화하게 하고, 유독 물질을 감지하는 귀여운 모습의 로봇견으로 로봇과의 관계를 재설정한다. 중금속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물질을 함유한 미끼를 물고기와 나눠 먹으며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기도 한다. 이렇듯 제러미젠코는 비인간 존재들과 소통할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그들로 하여금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주체적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이 책은 제러미젠코의 다채로운 포트폴리오를 열 가지 키워드로 탐색한다. 제러미젠코가 ‘이민 과학자’로서 겪은 경험이 작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제러미젠코의 공적 실험이 도나 해러웨이의 ‘응답-능력’ 개념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제러미젠코가 운영소장으로 있는 ‘x클리닉’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등을 상세히 살필 수 있다. 기후위기로 환경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한 오늘날, 과학과 예술이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할 길을 밝게 비춘다.
내털리 제러미젠코(Natalie Jeremijenko, 1966∼ ) 바이오아트와 생태미술 작가로, 뉴욕대학교 스타인하트 예술·예술교육과 부교수이자 자신이 설립한 OOZ 주식회사와 환경건강 클리닉-연구소인 x클리닉에서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기존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전개하고 있다. 역기술국, 우즈, x디자인, x클리닉, 교차종 어드벤처 클럽, 분자요리법 등 ‘새로운 실험주의’를 표방하고 ‘환경 상호 연결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환경을 심층적으로 개선하고 생태적 인식을 전환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VIDA예술과인공생명국제개척자상을 수상했으며 각종 펠로십과 레지던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지은이 박윤조는 A.P.23 디렉터이자 이화여자대학교 강사다. 동 대학 미술사학과에서 생태미술에 관한 논문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생태미술의 현황: 마음과 생명에 대한 인식론적 논의를 중심으로”(2022), “관계망을 통한 여성주의 작업 동력의 회복 과정: 윤석남, 박영숙, 정정엽을 중심으로”(2020)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공저로는 ≪미술의 이해와 감상≫(2020), ≪한국 현대미술의 읽기≫(2013) 등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2022)과 광주시립미술관(2023) 등에서 발표했으며 허윤희, 권자연, 조은지, 강술생, 김미숙, 정정엽, 황주리, 홍이현숙 작가의 아카이브 전시와 그룹전을 기획했다. 기획자이자 현대미술포럼(CAF) 학술이사로서 미술비평과 전시 기획, 신진 작가 발굴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