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빚 댄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5년 이하 신축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20년 초과된 구축아파트 보다 2배 이상 높고, 최근 신고가 거래 역시 압구정 같은 특수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신축아파트가 주도하고 있다.
이렇듯 신축아파트 인기가 치솟자 매도자가 내야 하는 양도세를 매수자에게 전가하는 '손피거래'까지 등장했다.
최근 신축아파트 인기가 올라간 이유는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서울 신규아파트 입주물량이 크게 줄었고 인허가물량 감소를 감안하면 향후 5년까지도 입주물량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축아파트의 희소성이 부각되고 있다.
둘째, 건축비 상승으로 분양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면서 구축아파트를 재건축할 경우 추가분담금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지자 차라리 신축아파트를 사자는 심리가 확산됐다.
셋째, 본격적인 아파트시대가 열린 후 출생한 30대들이 주택 구매 연령으로 성장하면서 주거환경이 우수한 신축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진 것이다.
아파트가격이 저평가 되면서 대부분의 아파트가 올라가는 상승장이 아닌 똘똘한 지역의 똘똘한 한 채로 몰리는 양극화가 심해진 요즘 신축아파트가 그 주인공이 됐다. 당분간 신축아파트의 인기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신축아파트 인기에도 불구하고 신축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는 수단인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9월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679만4240명으로 전월 대비 3만8793개, 2년여 전 2022년 6월보다 180만명 넘게 줄어든 수준이다.
청약통장을 깨는 이유는 불공정한 청약제도와 당첨이 되더라도 감당할 수 없는 높은 분양가 때문이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요즘, 청약물량의 80%를 차지하는 민영주택의 당첨 우선순위는 부양가족을 기반으로 하는 청약가점제 점수로 결정된다.
결혼도 사치인 마당에 젊은 세대에게 청약가점제는 그림의 떡이다. 만약 당첨이 됐다 하더라도 서울아파트 가격은 부모님 도움 없이는 감당할 수 없다.
지난 9월말 기준 서울 3.3㎡당 분양가는 4424만원으로 전용 59㎡(공급 25평) 11억원 정도다. 전용 84㎡(공급 34평) 15억원이 넘는다. 평균이 이 정도면 주거환경이 좋은 신축아파트 분양가는 평균을 훌쩍 뛰어 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해서 올라갈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버렸다.
서울 신축아파트에 입성 하느냐가 양극화의 새로운 기준이 된 지금 불공정한 청약제도와 높은 분양가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양극화로 인한 계급이 고착화되면서 대한민국은 더 이상 희망이 사라진 회색도시로 변할 것이다.
양극화를 해결할 마지막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공은 정부와 국회로 넘어갔지만, 처리할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