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역대급 한파라더니”…유통업계, 오락가락 겨울 날씨에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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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역대급 한파라더니”…유통업계, 오락가락 겨울 날씨에 골머리
  • 민경식 기자
  • 승인 2024.12.03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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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더위에 소비지출 가운데 의류 비중 최저로 고꾸라져
기후플레이션 여파, 식품업계 초콜릿 원료 제품 줄인상
1일 서울 시내의 한 의류 판매점 모습.
지난 1일 서울 시내의 한 의류 판매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유통업계의 한숨이 깊어만 가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투자·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기상이후 현상까지 엄습했기 때문이다.

환경적 변수에 패션업계는 효율적으로 가을/겨울 시즌 의류 판매를 하지 못해 직격탄을 맞았고, 식품업계 역시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이라는 문제를 직면해 제품가 조정카드를 꺼내드는 형국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 겨울은 역대급 한파 예보와 달리 비교적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라니냐 등 겨울철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는 날도 있을 수 있어 변동폭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상청은 최근 ‘3개월 전망’에서 올겨울(12~2월) 기온이 평년기온과 비슷하거나 높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월별로 살펴보면, 먼저 12월은 기온이 평년기온과 비슷할 확률 50%, 평년기온 상회할 확률 20%, 평년기온 하회할 확률은 30%다. 1월은 기온이 평년과 비슷할 확률이 절반이다. 높을 확률과 낮을 확률이 각각 30%와 20%로 제시됐다. 2월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0%이고 비슷할 확률과 낮을 확률이 각각 30%와 20%로 드러났다. 올겨울 기온이 높을 거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다는 점에서다. 해수면 온도가 높으면 북서태평양에서 대기로 열에너지 공급이 늘어 우리나라 주변에 고기압이 발달하고, 그러면 우리나라 기온이 오른다. 이런 상황은 12월에 주로 벌어질 전망이다. 이와 달리, 올겨울 기온이 낮을 것이라는 예측을 뒷받침하는 요소도 존재한다. 북극해(바렌츠-카라해) 해빙이 예년보다 적을 뿐더러, 서태평양 수온이 상승하고 동태평양 수온이 하락하는 라니냐가 발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비와 눈의 양도 감소한다. 올해 역대급 한파가 올 거라는 전망이 뒤집면서 패션업계의 고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올해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났고 가을이 무색할 정도로 늦더위가 이어졌다.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변화와 내수 부진이 심화하면서 패션업계는 가을 시즌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3분기 패션 대기업 5사(삼성물산·LF·신세계인터내셔날·한섬·코오롱FnC)는 LF를 제외하면 덩치와 수익성을 챙기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7000원으로 나왔다. 이 중 의류·신발 지출은 작년 동기보다 1.6% 줄어든 11만4000원이다. 소비지출에서 의류·신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실적 개선을 위한 다각도 시도가 업계에 절실한 상황이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계절과 무관하게 착용 가능한 ‘시즌리스 제품’을 늘리는 등 기존 전략에 변주를 주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초콜릿 제품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초콜릿 제품들. 사진=연합뉴스
기후변화로 식재료 물가가 오르는 기후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서 식품업계도 근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가 품귀 현상으로 가격이 오르자 국내 제과업계 사이에서 가격 인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카카오를 가공한 코코아 가격은 t당 9236달러(약 1291만원)로 1년 새 127% 뛰었다. 이는 예년 대비 246% 높은 수치다. 코코아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은 이상 기후, 재배 면적 감소 등이 있다. 오리온은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다. 초코송이와 비쵸비 가격 인상폭은 20%에 달한다. 해태제과도 이날 초콜릿 원료 비중이 높은 홈런볼, 포키 등 10개 제품 가격을 평균 8.6% 인상한다. 지난달 25일 기준 아라비카 커피가 t당 7080달러(약 989만원)로 1년전, 평년과 비교해 각각 86%, 117% 급등하는 등 이상기후 여파에 커피 가격도 출렁이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도 지난 8월 커피 원두가 상승을 명목으로 카페 아메리카노 그란데(473㎖), 벤티(591㎖) 사이즈와 원두 상품군(홀빈·VIA) 등의 가격을 상향했다. 올리브유도 세계 최대 생산국 스페인 가뭄 여파로 지난해 국제 가격이 급등했다.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사용을 피력해온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지난해 10월부터 올리브유와 해바라기유를 혼합하고, 지난 6월엔 가맹점 수익 개선을 이유로 치킨 메뉴 23개 가격을 평균 6.3% 높였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기후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하자 정부 차원에서도 식품업계와 소통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측 범위를 벗어난 기상 현상이 이어지면서 유통업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소비패턴 변화도 생기고 있다”며 “대내외 변수가 쉽게 해소하지 않는 만큼, 해외 진출 모색, 신사업 발굴 등 사업 전략 재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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