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춘만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지난 21일 오후 인천경찰청을 방문해 경찰의 관권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항의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인천시 평가조정담당관이 증거인멸을 위해 경찰의 압수수색 직전에 관련 자료들이 저장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파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인천시 평가조정담당관실 등을 압수수색해 2011∼2013년 사이 인천시가 시행한 시정 만족도 설문조사 질문지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당시 인천시가 시민과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는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인천 정치인, 송영길 인천시장 재선에 대한 의견,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 적합도 등 시정과 동떨어진 질문이 포함돼 논란이 됐다.앞서 경찰은 인천시 시정 여론조사를 맡았던 A 리서치에 대해서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들을 확보하는 등 수사를 벌여 왔다.
하지만 경찰의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인천시에서 확보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등에 담긴 내용들은 회복 불능 상태로 파기됐고 나머지 자료들에서도 증거를 없앤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드러났다.특히, 인천시 시정 여론조사 업무를 담당한 서(35)모 전 인천시 평가조정담당관은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부서 직원들을 시켜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들을 파기했다.경찰은 지난달 두 차례 서 씨에 대해 소환 조사를 했으나 서 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최근 경찰이 신청한 서 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지난 19일 법원에 청구, 21일 오후 인천지법에서 서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 예정이었으나 서 씨 측의 요청으로 오는 23일로 연기됐다.서 씨는 2011∼2013년사이 인천시 평가조정담당관으로 근무할 당시 시정 만족도 시민 설문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송영길 시장의 재선 지지도와 후보 적합도 등 정치적인 내용을 물어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또 선거법을 위반해 여론조사를 하면서 인천시에 1억 8천여만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서 씨는 송영길 후보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 출신으로 인천시에 채용됐다가 지난달 15일 사직서를 내고 송 후보의 선거 캠프에 합류했다.
한편, 신학용(인천 계양을) 새정치연합 인천시당위원장 등 소속 국회의원 5명은 21일 오후 인천경찰청을 찾아가 "선거를 앞두고 전 인천시 평가조정담당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며 관권 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등 강력히 항의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