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정수 기자] 최근 발생한 ‘육군 윤모 일병 구타 사망사건’이 사회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에서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인해 자살한 병사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 주목받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선임병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하다 2010년 숨진 민모 이병 유족이 서울남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7일 확정했다.

민 이병은 2010년 3월22일 입대해 제5기갑여단 정비근무대 근접지원중대 전차수리병으로 근무하다 같은해 7월10일 근무지 영내 창고 뒤편 야산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대 배치를 받은 지 불과 한 달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조사결과 민 이병이 자살을 하게 된 배경에는 선임병들의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강모 병장은 소속중대 생활관에서 민 이병에게 군인복무규율 낭독 소리가 작다는 이유로 “이병답게 목소리를 크게 내라”고 질책한 데 이어 자살 전날까지 총 4회에 걸쳐 암기강요, 욕설 및 질책을 했다.

윤모 일병은 민 이병이 숨진 당일 생활관 복도에서 성당에 가려하는 민 이병에게 다음날 유격대에 입소하는데도 종교활동에 참가하려 한다는 이유로 욕설을 했다.

이 밖에도 상병 2명은 6월말부터 민 이병이 숨지기 직전까지 심한 욕설을 하거나 암기강요 등 가혹행위를 했다.

가혹행위를 한 선임병들에게는 각각 영창 15일, 휴가제한 5일 등 솜방망이 징계가 이뤄졌다.

중대장과 근무대장 등 소속중대 간부들도 민 이병이 병영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조치했어야 했지만 전입당시 형식적으로 면담 1회만 진행하는 등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사실이 드러나 모두 징계처분 됐다.

법원은 민 이병이 군 입대 후 선임병들의 암기강요, 욕설, 질책 등으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중 우울증이 생겨 심화됐고 결국 자살에 이르렀다고 결론냈다.

민 이병 유족들은 관할 보훈청에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모두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