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이한일 기자] 한국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의 배경이 된 서울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사건이 12년만에 재수사된다.정진영(45)과 장근석(22)이 주연한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4월 서울 이태원의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한국인 대학생 조모씨(당시 23세)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올해 9월 이 사건을 다룬 영화가 상영되면서 사건은 또다시 재조명을 받게 됐고, 검찰은 15년인 살인사건 공소시효가 3년밖에 남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수사를 재개하게 됐다.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함윤근)의 요청에 따라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던 아더 패터슨씨에 대해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검찰은 당시 현장에 있던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씨(32)와 혼혈 미국인 패터슨씨(32)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구속기소했다.그러나 리씨는 2년에 걸친 재판 끝에 무죄판결이 났고, 패터슨씨는 복역 중 특별사면을 받은 뒤 검찰이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이 사건은 미제사건로 남았다.이후 조씨 유가족들은 대법원이 패터슨씨가 진범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리씨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자 패터슨씨를 살인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지만 미국 정부와 사법공조가 원할하게 이뤄지지 못해 2002년 10월 기소중지 결정이 났다.◆ 범인 안잡나 못잡나 = 이와 관련 SBS TV ‘그것이 알고싶다’는 오는 19일 오후 11시20분 ‘이태원 살인사건 12년의 추적-누가 진실을 두려워하는가?’를 방송한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살인범이 아직까지 법의 심판을 받지 않은 이유를 살핀다. 또 상식적으로는 단순하고 명쾌해 보이는 이 사건이 법의 시각에서는 왜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로 12년 동안이나 남아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조씨의 유족은 “리가 무죄로 풀려난 직후 검찰이 패터슨의 살인 혐의에 대한 적극적인 재수사에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패터슨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조차 제 때 연장하지 않아 패터슨이 한국을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줬다”고 주장한다. 패터슨이 도미한 후 유가족은 검찰에 끊임없이 수사 상황을 물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검찰 측은 “소재 불명으로 인한 수사 불가”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유족이 사설탐정을 고용, 패터슨의 소재를 파악해 검찰에 알려주기도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제작진은 “한미 양국 간에 ‘형사 사법공조’와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돼 있는 상황에서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에 대한 조사나 소환이 10년째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봤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은 12년 동안 이 사건이 법의 세계에서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를 파헤친다. 아울러 ‘소재불명’이라는 패터슨이 정말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것인지 미국 현지 취재로 추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