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中시장 떠나 새 둥지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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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中시장 떠나 새 둥지 튼다
  • 권희진 기자
  • 승인 2015.01.05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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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 리스크 따른 현지화 전략 실패
동남아·유럽 등에 K-유통 미개척지 공략
▲ 지난해 9월 베트남 하노이에 오픈한 ‘롯데백화점 하노이점’에 현지 고객들이 대거 몰렸다. <롯데백화점>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국내 유통기업들이 해외 공략 시장의 거점 지역으로 삼았던 중국을 떠나 유럽과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마트는 중국 톈진 지역에서 운영하는 아오청점, 광화차오점, 메이장점, 훙차오점 등 4개 점포의 영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지난 2005년 11월 아오청점 출점을 시작으로 톈진에서 5개 점포를 운영해 왔지만 이번 결정으로 톈진 내 모든 점포가 문을 닫게 됐다.

2008년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중국에서 2012년까지 70개, 2014년에는 100개의 이마트를 열 계획”이라며 중국 시장 성공을 호언장담했던 것과는 달리 사실상 현지화에 실패하며 중국 시장 철수 초읽기에 들어갔다.

2007년 중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뒤 현재 103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마트 역시 실적 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긴 마찬가지다.

안방시장에서의 명성과는 달리 이들이 중국시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원인을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 둔화’와 지나친 ‘중국 의존성’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오랜 내수침체와 함께 영업규제 등으로 업황 장애를 겪는 대형마트의 경우 해외 시장에서조차 발목이 잡힌 형국인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유통기업들은 중국이 아닌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새로운 승부처로 삼고 올해 치열한 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CEO 서밋’ 행사장에서 “베트남 이마트 1호점 성공 결과에 따라 캄보디아, 미얀마, 인도네시아에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호찌민시 인근에 3만㎡ 부지를 확보한 이마트는 다음달부터 공사에 착수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호찌민시로부터 자본금 6000만 달러(600억원) 규모의 현지 투자도 승인받았다. 이마트는 호찌민공항 인근 떤푸 지역에 2호점을 개설하기 위해 2만㎡ 규모의 부지도 따로 확보했다.

롯데그룹도 베트남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는 베트남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잠재력이 높은 VRICI(베트남·러시아·인도·중국·인도네시아) 5개국에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특히 롯데는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 단지에 ‘롯데센터 하노이’를 열었다. 지상 65층, 지하 5층, 연면적 25만㎡인 롯데센터 하노이에는 백화점 대형마트 특급호텔 오피스텔 등이 입점해있다. 현재 해외 20여 개 국가에서 5만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지난해 해외 매출은 10조원을 넘겼다.

2008년 12월 국내 유통업체로는 최초로 베트남 호찌민에 남사이공점을 연데 이어 현재 베남에서 7개 점포를 운영 중인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해 롯데마트 베트남 6개 점포의 매출이 1000억원을 넘긴 것과 동시에 매출신장률이 55%를 넘는 등 가라픈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TV홈쇼핑을 통해 베트남 시장 공략에 나선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5월 베트남 국영방송 VTV 자회사인 VTV브로드컴 등과 제휴를 맺고 ‘VTV 현대홈쇼핑’을 설립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VTV현대홈쇼핑을 통해 올해 매출 300억원, 3년 내 1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식품업계도 동남아시아와 미국, 유럽 등 새로운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CJ그룹은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플러턴시에 만두공장을 완공하는 등 ‘비비고’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 그룹은 유통을 비롯해 물류·베이커리·홈쇼핑·사료·영화 등 7개 사업 부문에서 현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신규사업으로 맥주시장에 진출한 롯데주류도 ‘클라우드’ 맥주를 미국에 수출했다. 롯데주류는 시음회, 론칭파티 등 적극적인 현지 마케팅 활동을 통해 제품 인지도를 높여 판매 지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바게뜨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 최초 입성하기도 했으며, 카페베네는 태국 현지 법인과 손잡고 태국·라오스에 전격 진출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데다, 중국의 경기 둔화까지 겹치면서 수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올해는 중국을 넘어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 주 무대를 확장해 글로벌 기업 이미지를 다지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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