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눈치보기에 은행 건전성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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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눈치보기에 은행 건전성 ‘휘청’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5.03.2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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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지원에 안심전환대출까지...‘리스크 눈덩이’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은행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부실기업 리스크가 계속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정책 금융에도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나흘 만에 연간 설정한도 20조원이 조기 소진된 안심전환대출 ‘광풍’에 은행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안심전환대출은 은행권의 단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장기,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일종의 정책금융 상품이다.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한 규모만큼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다.문제는 MBS금리가 기존 은행계정으로 보유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율보다 낮다는 점이다. 정부가 은행들의 출연료 구조 개선을 통해 2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해 줬지만 일정부분 손해를 입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팔면 팔수록 손실을 입는다는 의미다.정부 정책에 은행 건전성이 위협받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정부가 지난 2008년부터 ‘서민금융 확대’라는 명목으로 시중은행에서 저신용차주나 저소득계층이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하면서 은행들은 실적을 쌓기 위해 빚을 상환하기 어려운 차주들에게까지 대출을 확대해 왔다.실제 2008년부터 국내 은행의 대손상각비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대손상각비는 은행이 채권을 회수할 수 없는 상태로 부실화됐을 때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지난 2007년 3조9000억원에서 2008년에는 9조6000억원으로 3배 가량 늘어났다. 대손상각비는 지난 2009년 11조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0년에는 13조원으로 불어났다.최근에는 당국이 기술금융 대출실적을 은행별로 줄세우기에 나서면서 기술금융 신용대출액이 13조원을 돌파해 7개월만에 무려 70배 늘어나기도 했다. 이 중 2조7583억원은 2월 한달에만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은행자율 대출액은 323배나 폭증했다.
부실 기업 리스크도 은행 건전성을 위협하는 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지난 27일 경남기업의 채권단은 자본잠식에 빠진 경남기업에 대한 추가지원을 거부하고 나섰다. 앞서 경남기업은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채권단에 903억원의 출자전환과 긴급운영자금 1100억원 등 추가 자금지원을 요청했다.경남기업의 은행권 위험노출 채권액은 현재 1조원에 달한다. 수출입은행이 5210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1740억원), 산업은행(611억원), 농협(522억원) 등이 그 뒤를 이어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다.이들 은행들은 상당액의 충당금을 쌓아두고 있지만, 경남기업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은 불가피할 전망이다.문제는 부실기업이 경남기업만이 아니라는 점이다.한국금융연구원 이지언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낸 ‘최근 기업부분 건전성 분석을 통한 금융 안정성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가중평균 부도확률은 2009년 0.08%에서 2014년 0.22%로 가파른 상승 추세를 보였으며, 부실기업(부도확률 0.4% 이상)의 비중도 2010년 7%에서 2014년 27%로 급격히 상승했다. 거시 통계로 볼 때도 기업의 부도 위험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한국거래소가 지난달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 기업인 대한전선의 경우 상장폐지 위기에서는 일단 벗어났다. 그러나 대한전선 채권단은 이미 출자전환으로 확보한 대한전선 주식으로 2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지난 2010년부터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성동조선 역시 현재까지 1조4000억원 가량의 출자전환이 이어졌으나 현재는 추가 자금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합리적인 경영판단이 아니라 정부 눈치를 보며 지원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최근 국민은행이 STX조선해양 측에 320억원의 보증채무 이행을 요구하며 강제집행을 예고하자 창원상공회의소와 안상수 창원시장이 은행 측에 상환유예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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