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보험사들이 자회사형 독립보험대리점(GA) 설립 움직임이 활발히 일고 있다. 업황 불황에 판매채널을 확충해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당초 GA 도입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4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최종 설립계획이 확정될 경우 빠르면 7월 중순, 늦어도 8월까지 자회사형 GA 출범을 확정했다.
삼성생명은 하반기부터 전국 총 10개 지점에서 GA 소속 설계사 500명 정도를 가동시켜 영업에 돌입할 계획이다.현재 보험사가 운영하는 자사형 GA는 메리츠금융서비스와 AIG어드바이저·동부MnS·라이나금융서비스·동부금융서비스·미래에셋금융서비스 및 한화금융에셋 등 7개에 달한다. 삼성생명이 조만간 GA사업에 뛰어들면 모두 8개로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이처럼 보험사들이 자사형 GA를 설립하고 있는 것은 보험 산업에서 GA를 신 성장 동력으로 보기 때문이다.또한 저금리·저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보험사들이 판매채널을 다각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GA의 영향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손해보험사의 대리점에 대한 원수보험료 비중은 2012년 41.5%에서 2013회계연도 2분기에는 43.2%로 상승했다. 생명보험사의 대리점 초회보험료 역시 2012회계연도 6.3%에서 2013회계연도 2분기 6.4%로 올랐다.법인보험대리점과 소속설계사도 빠르게 증가했다. 2011년 3월말 4285개이던 법인보험대리점은 2013년 9월말 4624개로 7.9% 늘었다. 특히, 1000명 이상의 대형대리점은 2011년 3월 10개사에서 2013년 9월 18개사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자사형 GA가 설계사 초기 정착수당 등 설립 초기에 많은 투자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실효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실제 한화생명은 지난 1월 자사형 GA 한화금융에셋을 출범시켜 운영하고 있으나 다른 6개 자사형 GA와 마찬가지로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2014년도 회계연도에서는 한화금융에셋을 제외한 6곳(메리츠금융서비스와 AIG어드바이저·동부MnS·라이나금융서비스·동부금융서비스·미래에셋금융서비스)이 모두 적자를 내며 총 19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3 회계연도에도 동부MnS 제외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이렇듯 간단히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나 삼성생명 등 대형보험사들은 자사형 GA 설립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기존 보험사의 자회사형 GA에서 자사 상품의 판매 비중이 50%를 넘어서며, 보험소비자에게 상품 선택의 폭 확대를 목적으로 한 GA의 도입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잇따른다.GA는 특정한 보험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다양한 보험상품을 파는 형식이지만 자사 상품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소비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설계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이에 업계관계자는 “자회사형 GA는 자사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또 다른 채널이 될 것”이라며 “이런 GA의 형태는 자사 대리점조직이나 다를 바 없다”고 전했다.
또 전속 설계사와 자사형 GA 채널간의 불화도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실제 지난 5월 삼성생명 전속 법인보험대리점 대표들로 이뤄진 삼성생명대리점협회는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대리점 생존권과 영업 자율권 보장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2년 내의 수익성을 보기위해 운영하는 것보다 향후 새로운 돌파구로 보는 회사가 많다”며 “설립 초기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선제적 마케팅 등이 가능하는 등 효율성이 높아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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