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의 반란 ...감성 자극하는 포장 디자인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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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의 반란 ...감성 자극하는 포장 디자인 '열풍'
  • 한종해 기자
  • 승인 2006.06.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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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로고 노출된 쇼핑백, '움직이는 광고판'
업체들, 광고 효과 극대화... 갈수록 명품화 전망
특별함 찾는 여성들의 욕구, 포장 경쟁 불 붙여

LG생활건강 디자인센터 이영주 상무는 얼마 전 오전 3시에 잠에서 깼다. 꿈결에 프리미엄샴푸 용기 디자인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게 샴푸 머리 부분 펌프는 뾰족하잖아요. 이걸 접어 쓰면 보기에도 예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상무는 그날 스케치를 완성하고 다음 날 오전 샘플을 주문했다.

샴푸 꼭지 부분엔 파스텔 톤 색깔을 넣기로 했다. “일회용이라고요? 용기 디자인은 발명이자 예술이에요. 변덕스러운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려면 개발 속도도 무척 빨라야 합니다.”

‘껍데기’가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감성 소비가 확산되면서 화장품과 생활용품 용기가 품질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심지어 쇼핑백도 잘만들면 ‘움직이는 광고’역할을 톡톡히 한다.

요즘 화장품 업계는 파우더 팩트 디자인 경쟁이 뜨겁다. 작년 8월 태평양 라네즈가 슬라이딩 휴대전화를 본뜬 ‘슬라이딩 파우더 팩트’를 내놓으면서부터다. 이 제품은 4월 말까지 35만개 이상 팔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2배이상 많이 팔린 것. 내용물보다 독특한 용기에 매료된 소비자들 때문이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이 다급해졌다. 슬라이딩 형태의 디자인에 손끝만 대면 팩트 거울이 밀려 올라가는 아이디어를 덧입혔다. 이 제품은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 발명전에 출품되 은상을 받았다.

용기 값을 줄여 가격을 대폭 낮춘 저가 화장품들도 최근엔 1만 원대 파우더 팩트를 선보이며 용기 디자인 경쟁에 합류했다.

유명 디자이너들이 직접 디자인한 화장품 용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태평양은 홍익대 의상학과 간호섭 교수가 디자인한 남성 화장품 오딧세이 스포츠 라인을 선보였다. LG생활건강도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아릭 레비 씨에게 오휘 고급라인 디자인을 맡겼다.
이처럼 용기 경쟁이 지속된다면 화장품 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LG생활건강 이 상무는 “하나를 사더라도 특별한 것을 원하는 감성 소비자들이 타깃 고객”이라고 말했다.

쇼핑백, 그 이상의 가치

패션업체 신원의 캐쥬얼 브랜드 ‘쿨하스’사업부는 개당 1000원이 드는 쇼핑백제작에만 지난 한 해 1억7000만원을 쏟아부었다.

고객이 쇼핑백에 제품을 담아갈 깨 내는 100원의 환경부담금으로 모아진 돈은 1000여만원에 불과하지만 신원은 이를 전혀 개의치 않는다.

쇼핑백을 받아간 소비자들이 브랜드 로고가 큼직하게 박힌 쇼핑백을 여러번 재활용하며 ‘움직이는 광고판’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의류를 구입하고 받은 쇼핑백을 일상생활에 재활용하는 고객이 늘면서 쇼핑백이 패션업체들의 광고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각 업체들도 쇼핑백 제작에 상당히 신경쓰고 있다.

패션업체들이 자체 제작하는 쇼핑백의 평균 단가는 1000원 정도. 개당 500원 수준인 백화점 쇼핑백에 비해 제작 단가가 두 배나 비싸다.
여러번 다시 써도 망가지지 않도록 두꺼운 종이를 쓰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겉면 디자인에도 공을 들이기 때문이다.

제일모직 ‘후부’처럼 쇼핑백 단가가 1600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명품 브랜드 ‘호간’의 경우 제품 이미지와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제품 디자이너가 쇼핑백도 직접 디자인한다.

최근에는 광고 모델이나 의류에 쓰인 꽃무늬 등을 쇼핑백 디자인에 그대로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제작 단가와 상관 없이 고객들은 쇼핑백을 받아가며 100원의 환경부담금을 낼 뿐이다.

하지만 쇼핑백을 반납하고 100원을 환불해가는 이는 많지 않다.

로가디스 그린라벨의 경우 배포된 쇼핑백 회수율은 3%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급 브랜드거나 디자인이 예쁜 쇼핑백은 고객들이 다른 물건을 담을 때 다시 재사용하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의 경우에는 이태리 본사에서 쇼핑백을 직수입하기도 한다.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서 비닐로 된 쇼핑백을 사용하는 가방업체도 있다. 또 닿른 업체의 경우에는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천막용 천과 부직포로 쇼핑백을 만들었다.

회사원 김자영씨는 명품 브랜드 ‘구캄 쇼핑백을 즐겨 든다. 명품브랜드 쇼핑백은 제품을 구입하지 않으면 절대로 주지 않기 때문에 쇼핑백만 들고 다녀도 ‘구치족’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잘 꾸며 입지 않은 날은 명품 핸드백을 들고 나가기에 부담스럽다”며 “이럴 때도 구치족 분위기를 내기 위해 핸드백을 살 때 받은 구치 쇼핑백을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최원형 현대백화점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쇼핑백은 대중교통수단이나 주요 상권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해당 브랜드를 노출시켜주기 때문에 광고효과는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최근에는 쇼핑백을 마치 핸드백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각 패션업체들은 쇼핑백 제작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움직이는 광고판, 자체 쇼핑백. 특별하게 보이고 싶은 여성들의 욕구와 광고 효과를 노린 업체들의 요구가 맞물려 더욱 고급화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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