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남 전 검찰총장, 저축은행서 소란 피운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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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남 전 검찰총장, 저축은행서 소란 피운 내막
  • 김시은 기자
  • 승인 2010.07.23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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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측 “김상고 회장 돈만대주고 골프장 운영 제외 등 합당한 대우 못 받아?”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전 검찰총장이 한 저축은행에 찾아가 소란을 피우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소란을 피우고 폭언을 일삼은 이는 동생이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총장직을 사임하고 기밀 누설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심승남(66)씨. 현 포천힐스컨트리클럽의 회장이기도 한 그는 인천 주안 소재인 모아저축은행 김상고 회장이 포천골프장 부지매입으로 빌렸던 돈을 변제하라는 소송을 걸자, 이러한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천힐스컨트리클럽의 법인이사까지 같이 지낸 이들이 소를 걸고 소란을 피우는 등 서로를 등지게 된 사연을 <매일일보>이 취재해봤다.

 (사진제공=모아저축은행)

포천 골프장 신승남 회장, 모아저축 김상고 회장 소송에 소란 피우는 등 악화일로 

<매일일보>이 만난 모아저축은행 관계자는 신씨가 소동을 피운 이유를 ‘골프장’에 뒀다. 신씨와 김 회장은 경기도 포천시 군내면에 상성북리 산 21-1에 위치한 포천힐스컨트리클럽의 법인 이사를 같이 지냈었는데, 김 회장이 매입할 당시 빌려간 대여금 63억원을 변제하라는 소송을 걸자 화가 나서 소란을 피웠다는 거다.

소란의 진짜 이유는 ‘돈’?

당시 신씨가 소동을 피웠던 상황을 직접 목격한 모아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신씨의 도덕성을 의심했다. 신씨의 행동이 전 검찰총장을 지냈던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모아저축은행에 찾아가 명의개서(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주주명부를 고치는 일)를 요구했는데, 함께 간 운전기사 외에는 명의개서를 해주지 않아 폭언을 일삼았다. 신씨는 모아저축은행의 주식 5%(약51억원)를 갖고 있는 주주였는데, 지분을 쪼개 6명에게 나눠줄 요량이었다.신씨는 명의개서를 해주지 않으면 주주총회를 방해하겠다고 하는 등 모아저축은행 관계자 3명과 4시간 가량의 설전을 벌였다고 한다. 모아저축은행 관계자들은 명의개서를 위해선 주식을 받는 사람이 직접 방문하거나 위임장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신씨는 그러한 조항은 상법에도 규정에도 없다고 따졌다고 한다.  ‘감옥에 갈 준비를 하라’는 등 신씨의 폭언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급기야 모아저축은행 노동조합 관계자 중 한명이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민원을 올렸다. 그런데 한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서 ‘신씨의 소동’은 세간에 알려지게 됐고, 신씨는 망신살을 뻗치게 됐다.  모아저축은행 관계자는 “신씨가 난동을 피운 날은 상반기 결산업무로 은행직원들에겐 유독 바쁜 날이었다”며 “6월 말 결산 내용을 토대로 오는 8월 정기주총을 열 예정이었는데, 신씨가 주총을 방해할 목적으로 이 날을 골라 찾아온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신씨의 소동은 단순한 명의개서 요구가 아닌, 주총을 방해하고 업무를 방해하려는 다분히 의도가 있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엔 ‘골프장’과 ‘돈’이 있었다.

김 회장만 쏙 빼고 셋이서 쿵짝?

앞서 김 회장은 포천힐스컨트리클럽 법인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대여금 변제청구 소송을 신청했는데, 사실상 신씨가 골프장의 실소유주와 다름없어 신씨를 상대로 소송을 건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일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신씨의 부인 조모씨는 지난 2006년 12월부터 2009년 7월까지 골프장의 대표이사였지만, 이사회에 참석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당시 주주 신분도 아니었는데도 불구, 이사회를 소집하고 대표 직인을 찍는 등 실질적인 주인행세를 했다고 한다. 신씨는 지난해 7월에야 등기이사 겸 회장이 됐다. 그렇다면 그 사이 신씨와 김 회장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길래, 신씨는 자신의 체면도 잊은 채 난동을 피울 수 있었던 걸까. 심지어 신씨가 소동을 피울 당시 모아저축은행 김상고 회장은 자리에 없었다고 한다. 모아저축은행 관계자는 “신씨와 김 회장을 포함한 4명의 이사가 포천힐스컨트리클럽 법인을 운영했는데, 김 회장을 제외한 3명이서만 의사결정을 하고 운영을 하는 등 사실상 김 회장은 이름만 올라가 있었다”며 “회사의 중요한 결정을 모르는 일도 많고 돈만대주는 입장이었다”는 말로 김 회장이 변제 청구소송을 걸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06년 11월부터 2009년 1월까지 10여 차례 골프장 부지매입 비용으로 골프장 법인에 63억원을 빌려줬지만, 사실상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던 것이다. 일각에선 김 회장이 골프장 사업이 진척이 없자 먼저 손을 놓았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여러모로 문제 많은 골프장?

그도 그럴 것이 포천힐스컨트리클럽 법인의 ‘2009년 감사보고서’만 봐도 회사는 특수관계자인 주주로부터의 차입금이 당기 말 현재 132억이며, 특수관계자로부터 제공받은 담보 및 지급보증이 있다고 밝혀 사실상 부채가 많았다.재무재표상 당기순손실은 지난 2008년 5여억원에서 지난해 50여억원으로 10배이상 불어났으며, 미처리 결손금 또한 10여억원에서 60여억원으로 6배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골프장은 개장 과정에서도 말썽이 많았는데, 지난 5월6일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골프장 인·허가 대가로 뇌물을 받은 이중효(52) 포천시의회 의장을 구속했다. 이 의장은 포천힐스컨트리클럽 법인 이사 중 한 명인 이모(71)씨로부터 지난 2005년 500만원과 2008년 3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신씨는 지난 2002년 신씨 동생이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사퇴한 뒤 특검에 의해 공무상 기밀누설, 직권남용죄 등으로 기소돼 지난 2007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변호사법은 집행유예 기간이 지난 뒤 2년간 개업을 못하게 하고 있으나, 신씨는 2007년 사면복권 돼 지난 2008년 3월부터 변호사 활동을 재개했다.

<매일일보> 확인 결과, 신승남씨는 현재 서울 서초동에서 ‘변호사 신승남 법률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건 수임은 맡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 이전엔 ‘경영 자문 사무소’를 운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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