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래 작가, 멸종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환경과 생태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온 김영래 작가가 오랜만에 묵직한 장편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는 멸종 3부작을 기획하고 그 첫 번째로 2010년 새에 관한 이야기 <오하우오오>를 출간후 오랜 취재와 정리를 통해 두 번째 멸종 이야기 <신의 괴물>을 펴냈다.
작가는 3부작의 마무리로 ‘소년의 눈으로 바라 본 한 부족의 멸종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신의 괴물>은 우리나라 호랑이의 멸종에 관한 기록이다. 그러나 작가는 단순히 생태계에서 하나의 종이 없어진다는 의미를 너머 우리 민족의 얼이 사라지는 과정을 적나라하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전하고 있다.1917년 고베 출신의 일본인 사업가 야마모토 타자부로는 시모노세키 항을 떠나 제물포로 향한다. 여행의 목적은 사냥. 조선의 상징인 백두산호랑이를 토벌하는 것이다. 그는 사재를 털어 ‘정호군’이라는 군대를 조직했다.생태 제국주의자들이 자행하는 한반도 식생에 대한 약탈. 식민국의 하수인이 된 조선의 지식인들, 정호군의 길잡이로 동원된 사냥꾼들의 비극적인 운명이 설산 속에서 요기를 뿜으며 펼쳐진다. 백두산호랑이의 길, 그것은 조선 민중의 길이었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호랑이가 맞이한 숙명은 어쩌면 우리 민족의 숙명인지도 모른다.백 년 전의 호랑이를 만나는 것, 이것은 이 땅의 척추를 다시 한 번 곧게 세우고, 정신의 백두대간을 복원하는 일이 될 것이다.김영래는 1963년 부산에서 출생했다. 1997년 <동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 2000년 장편소설 ‘숲의 왕’으로 제5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했다.장편소설 ‘씨앗’, ‘떠나기 좋은 시간이야, 페르귄트’, ‘오아후오오’가 있으며, 중편소설집 ‘푸른 수염의 성’을 출간했다. 시집으로는 ‘하늘이 담긴 손’, ‘두 별 사이에서 노래함’, ‘사순절’이 있으며, 나무와 숲에 관한 신화 에세이 ‘편도나무야, 나에게 신에 대해 이야기해다오’, 알베르 카뮈 탄생 백 주년을 기념하는 문집 ‘알베르 카뮈—태양과 청춘의 찬가’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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