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부의 비자금 조성 방치 한것 자체가 임무 해태"
[매일일보] 서울고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박형남)는 15일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산업)가 "故 정몽헌 회장이 재임시절 비자금을 조성하고, 계열사를 부당지원하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전직 임원 8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현 회장 등은 연대해 48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 회장 등은 (위장계열사인) 코리아음악방송과 한라건설 등이 자금을 상환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재산 보전 방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금을 지원했다"고 밝혔다.이어 "회사 내부에서 일어난 비자금의 조성 및 사용에 전혀 알지 못했다거나 알면서도 방치한 것 자체가 임무 해태"라며 "설사 비자금 사용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책임제한 사유로 고려될 뿐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다만 "비자금 조성과 한라건설 지원에 대해 현 회장의 책임은 70%로 제한하는 것이 맞고, 계열사 부당지원과 관련한 책임은 40%만 인정하는 것이 옳다"고 판시, 원심보다 책임을 약 30%정도 감면했다. 또 "비자금 중 상당액이 하이닉스에 이익되는 쪽으로 사용됐을 수 있고 정 회장 등이 회사 발전을 위해 공헌한 점이 인정된다"며 "비자금 조성 등의 행위로 인해 개인적인 이익을 취한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이닉스 대표였던 정 회장은 외화를 가장매입 하는 방식으로 1996∼2000년동안 비자금 290억원을 조성해 임의로 사용한 뒤 외화환산손실 등으로 회계처리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또 재무상태가 부실한 코리아음악방송 등을 부당지원하고 작은아버지인 정인영 회장이 경영하는 한라건설의 기업어음(액면가 400억원)을 비정상적으로 낮은 이자율로 매입했다. 한라건설은 지원받을 당시부터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려 결국 부도에 이르렀다.이에 하이닉스는 정 회장의 부인이자 유일한 상속인인 현 회장과 하이닉스 전직 임직원 등 8명을 상대로 총 82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앞서 1심 재판부는 "계열사와 한라건설 부당지원이 세심한 검토를 거친 결정이라기보다 인적 관계 등에 따른 것으로 보여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점이 인정된다"며 "현 회장 등은 하이닉스에 570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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