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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국세청이 사상 최대 규모 세금 부정환급 사건에 휘말렸다. 돈을 빼돌린 국세청 직원 정모씨(36)가 마약을 투약하는 등 환락에 빠진 채 근무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7급 공무원인 정씨는 2004년 6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서울 시내 세무서 3곳에서 법인사업자 원천세 및 부가가치세 환급업무를 담당했다. 업무를 익힌 정씨는 곧 돈을 빼돌릴 방법을 고안해냈다.정씨는 정상적인 사업자에게 세금을 환급한 뒤 그 사업자에게 "잘못 환급했다"고 거짓 통보해 돈을 되돌려 받거나 아예 서류상회사를 만들어 이 회사 계좌로 세금을 환급받았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 관리체계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정씨는 가짜 환급결의서를 만든 다음 결재권자(주무, 과장, 세무서장) 몰래 전산시스템으로 세금 환급을 실행했다. 정씨가 개인적으로 빼돌린 세금은 10여억원. 그는 이 돈을 주식투자, 유흥, 명품구매 등에 흥청망청 썼다. 그러던 지난해 3월, 정씨는 마약에도 손을 댔다. 그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중고자동차매매업자 허모씨(50)와 함께 떠난 중국여행 당시 필로폰을 투약했다. 중국에 도착한 정씨는 허씨의 지인인 조모씨(44), 박모씨(40), 지모씨(54) 들과 모처에서 함께 투약했다.정씨는 여행에서 알게 된 인물들 중 특히 조씨와 마음이 잘 맞았다. 두 사람은 강남 유흥주점에서 1000만원짜리 수표 13장을 뿌리며 방탕한 생활을 했다. 돈이 더 필요해진 정씨는 범행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그는 부정환급을 통해 조씨에게만 35억원을 몰아줬고 조씨는 정씨 덕에 호화생활을 즐겼다.이 돈으로 조씨는 람보르기니, 벤틀리, BMW, 재규어 등 고급 외제승용차를 구입했고 용산구에 있는 보증금 6억원대 54평형 호화아파트에서 전세로 살았다.이 당시까지 약 6년간 정씨가 빼돌린 돈은 총 52억원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세청 직원이 가담한 국세 부정환급 사건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그러나 호화생활은 결국 검찰의 수사로 종지부를 찍었다. 정씨가 지난 10월 마약 투약 혐의로 수원지검 안산지청에 검거됐고 조사 과정에서 그간의 행적이 조금씩 드러났다.검찰은 정씨의 범행 전모를 밝히는 한편 빼돌린 세금의 사용처를 추적했다. 그 결과 현금, 채권, 자동차 등 27억4000여만원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범행을 밝혀낸 서울 남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주원)는 30일 정씨 등 5명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전원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수사를 지휘한 김주원 부장검사는 "수사를 진행하면서 국세청의 결재과정이 허술하지 않나 생각했다"며 "사후 관리 역시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