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한 여고생이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실종된 아빠를 찾아주세요”라는 사연을 올려 네티즌의 관심을 끌었다. 네티즌은 댓글을 달고 사진을 각종 사이트에 옮겨 실으면서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공중파 9시 뉴스에까지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딸이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아빠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집을 나설 때 입었던 검은색 반코트, 들었던 서류가방은 온데간데없었다. 양복 안주머니에 들어 있는 주민등록등본만이 손씨임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였다. 베이지색 양복은 알아볼 수 없게 변해버려 회색 체크 무의로 보일 정도였다. 아버지를 애타게 기다리던 딸 손모(19)양은 너무나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온 아버지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지난 12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밤섬 근처 풀숲에 40대 후반 남자가 숨져 있는 것을 한강관리사업소 직원 강모씨가 발견했다. 경찰은 인상착의가 실종 신고된 손모(47)씨와 비슷한 데다 바지 뒷주머니에서 손씨의 주민등록등본이 나온 점 등으로 미뤄 손씨로 추정했다. 경찰은 1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외력에 의한 상처 등 타살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보름 뒤 정밀검사가 나오면 정확한 사인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손씨는 1월23일 오후 6시50분께 집에 전화를 걸어 “집에 간다”고 전화한 뒤 지하철5호선 여의나루역으로 향했다. 그러나 42분 뒤 사무실 근처인 여의도역에서 내려 사무실로 급히 들어가 노트북을 켜고 일정 등을 확인하고 다시 여의도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10분 뒤에는 아들의 귀가 확인 전화에 “늦는다.먼저 밥을 먹으라”는 말을 남겼다. 그것이 마지막 통화였다. 5호선 종로3가역에서 하차한 손씨는 평소에는 도봉구 방학동의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 1호선을 이용했는데, 이날은 그냥 역사를 빠져나갔고 이후 행방은 묘연하다.집에 간다던 손씨가 갑자기 사무실에 들른 이유가 석연치 않다. 손씨가 사무실에게 노트북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그러나 손씨가 지하철에게 갑자기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사무실에 들른 뒤 약속 장소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평소와 달리 종로3가역에서 환승하지 않고 28분간 지하철역에 머물다 역사에서 빠져나간 점도 의문이다. 폐쇄회로(CCTV)화면을 보면 손씨는 출퇴근으로 익숙한 역인데도 두리번거리는 등 평소 모습과는 달랐다. 유족들은 “(손씨가)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만나려고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검 결과 시신에 외상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점과 손씨 사무실에서 발견된 우울증, 불면증 등의 단어가 적힌 메모들로 미뤄 볼 때 자살일 가능성은 있는 반면 아직 손씨가 타살됐을 만한 구체적인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아래는 손씨의 가족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 수배전단지다.
수배전단지를 올립니다. 여러 음식점이나 거리에서 보이는 위치에 좀 붙여주세요. 꼭 좀 도와주세요. 첨부파일을 올립니다. 저희도 길거리에서 나눠 주고 있습니다. 꼭 좀 도와주세요. 아직 수사조차 진행되고 있지 않고, 통화내역은 평일에야 가능하고 영장이 나와야 한다고 경찰서에서는 계속 기다리라고만 합니다. 이제는 정말 지쳐 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해주세요.
이름 : 손○○
나이 : 47 (60년생)
인상착의 : 금테안경, 검정반코트, 회색 또는 갈색류의 옅은 색 양복, 빨간 넥타이, 가방없음.
최종행방 : 종로3가역 7번 또는 8번 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