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특법’ 시행 3년…성공이냐 실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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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특법’ 시행 3년…성공이냐 실패냐
  • 한종해 기자
  • 승인 2007.03.3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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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효과’ 유발로 음성 성매매만 급증…여성부 ‘있으나 마나’
지난 달 20일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집장촌 재개발정비와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성노동자 회견에 참석한 여성들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집창촌 여성들이 지난 달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벌인 성매매 특별법 반대집회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1천여명이 넘게 모인 이들은 성매매 특별법의 개정과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특법)’이 올해로 3년이 돼 가지만 대한민국의 화두는 ‘음성적 성매매’로 변질됐다. 신문과 TV 등 각종 언론매체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변형적인 성매매에 대한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얼마 전 미 국부부는 한국여성들의 미국 원정 성매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성매매 사범이 오히려 더 증가하고 질병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각종 성 질병이 증가하는 등 성특법의 부작용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때문에 성매매여성들은 성특법을 폐지하라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지난 달 20일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집장촌 재개발정비와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성노동자 회견에 참석한 여성들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성특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돼 가지만 여전히 성매매 집결지(집창촌)가 존속하고 있고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 단속의 눈을 피해 변형된 각종 음성적 성매매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안마시술소 등 각종 음성적 성매매 ‘무풍지대’

성특법 시행 이후 대표적 홍등가인 미아리와 청량리, 천호동이 큰 피해를 입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한 안마시술소와 룸싸롱은 무풍지대다. 현재 강남에만 100여곳의 안마시술소가 성업하고 있으며 논현동과 신사동 등을 중심으로 ‘출장 마사지’도 성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퇴폐주점, 유사 성행위, 대딸방, 노래방, 전화발이, 인터넷을 이용한 애인대행, 원조교제, 인형을 이용한 성행위까지 각종 ‘음성적 성매매’가 판을 치고 있다.지난 1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8~12월 서울ㆍ수도권의 20~60살 448명과 성매매로 처벌전력이 있는 남성 509명, 성을 팔다 처벌받은 여성 78명과 쉼터에 거주하는 성매매 피해여성 96명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벌여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특별법 시행 이후에도 남성 5명 가운데 1명꼴로 성을 사고 있고 구매 장소는 주로 안마시술소와 인터넷으로 나타났다.최근 1년 사이 성 구매 경험이 있는 남성(89명)의 63%, 검찰처분 성구매자(480명)의 36%가 안마시술소를 통해 성을 샀다고 답했다. 또 검찰 처분을 받은 남성 509명 가운데 39.3%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성을 산 것으로 드러나 우려했던 이른바 ‘풍선효과’(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불거져 나오는 것처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에 또 다른 문제가 새로 생겨나는 현상)가 나타났음을 보여줬다.

“집창촌 보다 수입 좋다” 안마시술소 ‘불야성’

지난 22일 새벽 2시, 서울 구로동 지하철 2호선 부근. 안양 쪽으로 이어지는 시흥대로 주변엔 ‘○○안마’ ‘○○스포츠 마사지’ 등 간판 20여개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4층짜리 빌딩 3층 입구로 올라가니 카운터에서 “쉬고 가실 건가요?”라고 물었다. 가격은 18만원. 안마 8만원과 서비스(성행위) 10만원을 합친 가격이다.주인의 안내로 방으로 들어가니 방에는 2인용 침대와 화장실에는 욕조와 보조 성행위 도구가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을 열고 짧은 미니스커트와 타이트한 민소매 차림의 20대 여성이 나타났다. 서울 A여대를 휴학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아름(22ㆍ가명)씨. 김씨는 서울 청량리 집창촌에서 일하다 지난 1월 이곳에 왔다. 김씨는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하루에 12시간 일하고 10명 이상의 손님을 받는다”면서 “집창촌 보다 수입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형사정책연구원에 의하면 안마시술소는 전국적으로 2004년 760곳에서 2006년 말 1천여곳으로 늘었다. 서울시내에만 230여개가 영업 중이다. 물론 이들 중에는 건전한 안마시술소들도 있지만, 성매매 영업을 병행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외에도 5만원 정도를 받고 유사 성행위를 하는 휴게텔, 스포츠 마사지, 대딸방 등은 당국에서 수치를 파악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고 있다.

퇴폐업소 판쳐…업소끼리 경쟁하기도

서울 장안동의 경우 60여개의 퇴폐 업소들이 대로변에 간판을 내걸고 있다. 강남지역 역시 강남역 사거리, 선릉역 사거리, 삼성역 사거리 등의 일대에 퇴폐업소가 집중되고 있다. 성특법 시행 후 잠시 주춤했던 호객 행위도 대담해졌다.퇴폐업소가 눈덩이만큼 불어나고 그에 따라 업소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영업규모도 일반 대형 기업에 못지않는다. 서울 강남의 한 안마시술소는 지하 2층과 지상 5층 300여평 규모로 객실 20여개를 차려놓고 여성 20여명을 고용해 4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또 객실 내부를 각종 테마실로 꾸미고 성매매 여성을 레이싱걸, 스튜어디스, 학생 등의 복장으로 입힌 뒤 손님을 끌어들이다 경찰에 적발된 경우도 있다.반면 성매매 집결지인 집창촌들은 개발과 단속 찬바람에 사실상 붕괴됐다.

집창촌 개발ㆍ단속에 무너졌다, 손님 10분의 1도 안돼

기자가 지난 21일 오후 11시가 넘어 찾은 이른바 ‘미아리텍사스촌’(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일대)은 개발과 단속의 찬바람으로 한때의 호황은 찾아볼 수 없었다.내부순환도로 길음램프에서 시작된 ‘미아리’는 흉물스럽게 남겨진 몇몇 건물의 유리문과 커튼만이 한때 이곳이 성매매 업소였다는 흔적을 보여줄 뿐이었다.하지만 소방도로에서부터 시작되는 중심골목은 여전히 업소들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바깥마담’이라고 부르는 여성들이 골목 여기저기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손님맞이를 했고 20여개의 포장마차가 늘어서 있었다.

골목에서 만난 40대 중반의 한 바깥마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이 여성은 처음에 이곳에서 거주하는 주민이라고 잡아떼다가 솔직한 얘기가 오가면서 말문을 열었다. 이 여성은 “10년 넘게 여기서 일을 했지만 요새는 손님이 20분의 1도 안되다”며 “의리 때문에 남아서 일하지만 한 달 100만원 벌이도 어렵다”고 말했다.
자신이 ‘88번지 자율정화위원회’ 위원장이라고 소개한 유모(59)씨는 “내가 35년을 여기서 일했다”며 “9ㆍ23사태이후 망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서 ‘9ㆍ23사태’는 성특법이 시행된 2004년 9월 23일을 지칭하는 이곳 업주들의 용어다.유씨는 또 “좋은 시절에는 소방도로가 관광버스와 택시로 꽉 찼다”며 “어차피 1년 후면 재개발로 없어지는데 경찰이 가만 나뒀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실제로 기자가 인터뷰를 하는 2시간여 동안 술 취한 일부 남성들이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모습이 목격됐지만 유씨의 말처럼 관광버스가 와서 대기하던 시절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안마시술소로 대딸방으로, 일부는 해외원정

성매매 여성들도 대폭 감소했다. 유씨는 “40%정도 빠져나갔는데 그중 대부분은 안마시술소나 대딸방으로 일부는 해외로 원정을 떠났다”고 말했다.실제로 지난 2004년 성특법 제정이후 미국으로의 원정 성매매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지난 19일 미 국무부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제정된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법 이후 지난 2005년까지 미 행정당국이 피난처를 제공한 외국인은 25개국 1천300명에 달하며, 2005년의 경우 피난처를 제공받은 230명중에는 한국인이 가장 많은 54명으로 23.5%를 차지했다. 한국인 다음으로는 태국, 페루, 멕시코 등의 순이다.국무부 관계자는 “지난 2000년 10월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법 발효 이후 외국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해왔는데 지난 2005년 한국인들이 급증하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면서 “이처럼 한국인 피해자가 급증한 것은 한국이 2004년 성특법 제정으로 성매매 단속을 강화한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인신매매 피해자는 노동착취 피해자도 포함돼 있으나 한국인의 경우 대체로 성매매 여성들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는 성특법 제정 이후 미주 등으로의 성매매 원정이 급증했다는 교민 사회의 지적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위생검사 무대책…‘국내 성질병 대폭 증가했다’

성특법 시행 전 전국 10여개의 집창촌 여성들은 1주일에 한번씩 질병검사를 비롯한 위생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성특법 시행 이후 위생검사는 사라졌고 성매매 여성들이 각종 음성적인 성매매 업소와 해외 원정 성매매로 진출하면서 국가적 차원의 질병관리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로 인해 해외에서 원정 성매매를 하다가 국내로 강제 추방당한 여성들의 위생관리도 이뤄지지 않아 국내에 각종 성병이 퍼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상황이 이렇자 집창촌 성매매 종사자들은 성특법을 폐지하고 공창제를 실시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집창촌 성매매 여성들 모임인 ‘한터여성종사자연맹’은 지난 2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노동자들이 배제된 채 진행되고 있는 도심지역 재개발 법안을 철회하고 성특법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여성부, 음성적 성매매 시장 키운 ‘1등 공신’?

이들은 성특법 시행 이후 집창촌 업소와 종사자는 40%가량 감소한 대신 대딸방 전화방, 인터넷을 이용한 애인대행 등 음성적 성매매 시장은 오히려 커져 ‘풍선효과’만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여성가족부와 페미니즘 단체들이 음성적 성매매 시장을 키운 ‘1등 공신’이라고 비꼬았다.성매매 여성들은 성특법이 성병 등 질병관리에 취약한 구조를 양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음성적 성매매로 인해 성매매 종사자뿐만 아니라 구매자들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최근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집창촌 재개발에 대해서도 이들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집창촌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고 미래를 준비하는 소중한 일터라고 규정한 이들은 집창촌이 없어져도 인터넷과 전화를 이용한 성매매가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재개발 이익금을 성매매 종사자들에게 지원하겠다는 대책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기자회견에 참여한 A씨는 “성특법 시행 후 우리의 소득은 3분의 1로 줄었다. 문제는 손님들 연령층도 줄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나이 든 사람들은 음성적 성매매 업소로 가기 때문에 성 구매자들의 연령층이 낮아진 것”이라며 “이는 특별법이 성매매 근절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성매매 금지가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우리의 생존권이 걸려 있기 때문에 여성부를 상대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부, “음성적 성매매 성특법 시행 이전부터 있었다”

▲ 집창촌 여성들이 지난 달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벌인 성매매 특별법 반대집회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1천여명이 넘게 모인 이들은 성매매 특별법의 개정과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여성가족부 한 관계자는 “성특법의 시행이 성매매의 음성화와 다양화를 부추겨 우리나라 성산업을 오히려 확대시키고 있다는 주장은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의 유흥업소와 인터넷을 통한 음성적 성매매 문제는 성특법 제정으로 야기된 것이 아니라 이 법 제정 이전부터 존재해 왔던 것이며, 이것이 바로 이 법의 탄생 배경이다”고 말했다. 또 “성특법이 성매매업소 집결지의 단속과 제거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며 최근 정부에서는 유흥업소 등에서 행해지는 변칙적 성매매와 유사성행위, 인터넷 성매매 등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매매 알선자에 대한 단속을 보다 용이하게 하고 처벌의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성특법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집결지 성매매뿐만 아니라 변칙적ㆍ음성적 성매매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단호하게 대응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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