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지난해 9월 최고경영진(CEO) 사이의 고소고발로 촉발된 신한사태는 일단락되고 '한동우호(號)'가 새롭게 출범한다.
윤계섭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4일 오후 후보 4명에 대한 면접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특위위원 9명의 무기명 투표를 거친 결과 한 전 부회장이 차기 회장에 추대됐다"고 밝혔다.
한 내정자는 1948년 부산 출생으로 부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82년 신한은행 개설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 이후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생명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명실상부 ‘신한맨’이다.
신한은행 임원 재직 시절에는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 홍성균 전 신한카드 부회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과 함께 차세대를 짊어질 '4룡'으로 꼽혔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얻었다.
한 내정자는 우선적으로 지난해 내분 사태를 겪으면서 분열된 조직을 추슬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한사태를 통해 신한의 브랜드 가치가 손상되고 조직이 분열되는 등 상처가 많았다"며 "신한이 새 출발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영업통으로 알려진 한 내정자가 취임 후 영업력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한 전 부회장은 영업능력이 뛰어나고 직원들과 꾸준히 스킨십을 해 온 것이 장점"이라며 "무엇보다 내부 인사라는 점에서 직원들의 반발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치열했던 특위, '공정성' 시비도
윤 위원장은 이날 후보 선출을 위한 특위가 "의외로 빨리 끝났다"고 말했지만, 실제 후보 대상 면접과 표결 과정은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위는 우선 서치펌(헤드헌팅 업체) 2곳으로부터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최영휘 전 신한금융 사장,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가나다 순) 등 4명 후보의 인적사항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이후 각 후보들이 40~50분 내외의 프리젠테이션을 한 후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취했다.
위원들은 '도덕성(30%)·신한과의 적합성(30%)·업무전문성(40%)'이라는 심사기준을 바탕으로 무기명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는 위원 9명 전원이 1표씩 행사해 가장 적게 득표한 후보를 제외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끝내 과반을 획득한 한 내정자가 단독후보로 남게 됐다.
당초 회장 선출 과정은 재일교표 주주들의 지지를 받는 한택수 의장과 한 내정자의 '2파전' 양상을 보였다. 한 내정자의 경우 라 전 회장의 후방 지원을 받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에 따라 향후 재일동포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윤 위원장은 이런 점을 의식한 듯 "특위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진행됐다"고 강조하며, "이후 (결과가) 뒤집히는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한 내정자도 재일동포 주주들과의 관계개선 문제에 대해 "재일교포들과는 창립총회 때부터 그분들의 아버지들과 만나면서 오랜 교분을 갖고 있다"며 "그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남은 절차는…
차기 회장의 임기 문제도 관건이다.
라 전 회장은 임기는 2013년 3월말까지였다. 그는 3연임에 성공한 뒤 4연임 도중 물러났다. 따라서 새 회장의 임기를 전임 회장의 잔여임기인 2년으로 제한할 지, 3년의 임기를 모두 채우도록 할 지 결정해야 한다.
윤 위원장은 "(회장 임기 문제는) 특위의 권한이 아니고 이사회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신한지주는 향후 류시열 회장 직무대행을 포함해 5인으로 구성된 운영위에서 회장 임기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이사회에서 한 내정자를 단독후보로 추대하는 안을 확정한 뒤 3월 주주총회에서 넘겨 정식 선임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