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 공간 지원 사업 선정작 ‘후산부, 동구씨’로 첫 호흡을 맞춘 이상범 작가와 황이선 연출의 세 번째 작품 연극 ‘유나를 구하라!’가 오는 14일부터 여행자극장 무대에 오른다. 연극 ‘유나를 구하라!’는 2017년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 선정작으로 무대는 고등학교 3학년의 교실과 유나의 방을 오가며 이루어진다. 기성 배우와 함께 실제 17살~19살 청소년들이 배우로 출연해 기존 학원물과는 달리 청소년의 입을 빌려 만들어내는 세상에 대한 외침이 관객에게 전달된다.독특한 서사적 연출 스타일과 상상력의 무대를 추구하는 황이선 연출과 일상적 소재를 토대로 극적인 구조를 활용해 연극 언어를 구축하는 신예 이상범 작가의 만남으로 기대되는 ‘유나를 구하라!’는 독특한 미장센을 구축하고 있다.
“같은 년도에 태어나서
같은 나이에 학교에 입학했고
같은 날짜에 수능을 봐야 되는 걸로
우리 운명은 정해진 거야.”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로 진행되는 현실성있는 대사와 생동감 있는 무대는 교육문제, 왕따 문제, 은둔형 외톨이, 벌점제도와 수행평가 등 매번 바뀌는 입시제도 속에서 경쟁해야만 하는 아이들을 통해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을 반영한다.누군가를 잊어야만 하는 일을 겪어내고 어떤 사건은 무마시키는 손쉬운 방법을 배우며 어른들이 내놓은 정답과 행복의 척도를 따라야하는 아이들은 우리의 과거의 모습이며 지금 나아가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 새학기가 시작되는 변화의 시점, 연극 ‘유나를 구하라!’는 청소년극을 넘어 새학기가 시작 되듯 우리의 삶도 조금은 달라져야하지 않느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시놉시스 다가올 수능을 치러야 할 고등학교 3학년의 교실, 전교 1등 유나가 학교에 오지 않는다! 유나의 장기 결석을 두고 퇴학 찬성과 반대를 주장하는 학급회의가 뜨겁게 진행 중이다. 유나의 결석으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다며 퇴학시켜야 한다는 전교2등 유진과 무리들, 그리고 퇴학만은 안 된다며 유나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병진과 친구들. 각자의 의견으로 토론을 벌이는 아이들은 유나가 학교를 나오지 않는 이유보다는 거짓정보를 남발하며 의심을 정당화 하는데 여념이 없는데...
병진은 유나가 방에서 나오지 않는 이유는 알아내려 기억을 더듬는다. 유나는 과연 무엇 때문에, 누구 때문에 방문을 닫게 된 것일까? 학교가 두렵고, 경쟁은 만연하고, 친구는 사라진 시대. 우리는 유나를 구해낼 수 있을까?
“번거롭게 오해를 풀고,힘들게 잘못을 인정하고,비굴하게 용서를 구하는 것 보다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면 그만이라고.“
기획의도 유나는 왜 방에서 나오지 않는 걸까? 다시 질문을 해서 유나를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히키코모키, 우리말로 은둔형 외톨이는 아직 우리에겐 생소한 현상이다. 히키코모리를 검색해 보면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라 정의 내리고 있다.
그 기준을 6개월 이상 밖에 나오지 않는 사람을 일컫기도 하고, ‘인간관계’, ‘경제활동 여부’등을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어떤 기준을 중심으로 삼든 과연 이들은 ‘병적인 사람’인 것인가?
유나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유나가 방에서 나오지 않는 이유를 추적해 가는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 고립되기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딱 하나의 이유로 꼬집어 이야기를 풀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은둔형 외톨이에게 ‘왜 방에서 나오지 않니?’ 라는 질문을 던지면 ‘그냥’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사회라 불리는 ‘학교’를 배경으로, 이젠 고리타분하게 까지 느껴지는 ‘경쟁’의 문제를 끄집어냈다. 왜냐하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고, 더 무서운 것은 우리에게 익숙함이라는 모습으로 잊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