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발언에 “환영” 의도적 맞장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청와대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낙제점을 겨우 면했다”고 발언한 뒤, ‘과거 10년에 비해서는 상당한 성장을 해왔다’는 말로 주워 담기에 나섰지만, 어째 뒷말만 나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물론, 기획재정부 장관이 불쾌한 입장을 표출한 이후 삼성은 정부의 눈치를 살살 보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 이 회장은 대기업 견제수단의 하나인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폈고 재계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발언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은 인정하지만 경영권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해온 것과 이 회장의 발언이 다소 차이가 있어 진짜 의중을 궁금해 하고 있는 것이다.이건희 회장 대기업 견제하는 공적 연기금 주주권 행사 강화 환영
정부 눈치 보기 “화해의 제스추어” vs. “해 볼테면 해봐라” 자신감
청와대 치켜세우기 vs. 각 세우기
곽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정부의 대기업 정책과도 맥이 닿아 있다. 곽 위원장은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대 중소기업 동반성장,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침해 등의 문제를 푸는데도 정부의 직접 개입이 아닌 공적 연기금이 보유한 주주권 행사가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신관치주의’ 논란이 일자, 곽 위원장의 발언이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지만, 일각에선 청와대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일부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군기잡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 대상으로 꼽히는 것이 최근 정부에 실언을 한 이건희 회장이다.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삼성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이 회장의 ‘낙제점’ 발언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발언을 한 이도 MB의 최측근 ‘왕의 남자’라 불리는 곽 위원장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분이 이건희 회장보다 많다는 것도 ‘청와대를 대신한 보복성 발언’이라는 의혹을 증폭시킨다.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5%로, 삼성생명 지분 7.8%에 비해 두 번째로 많고 이건희 회장 지분 3.38% 보다 많다. 만약 의결권 행사가 강화되기라도 한다면, 삼성뿐 아니라 이 회장에 대한 정부의 견제는 가능해진다.각 그만세우고 화해무드로 가나?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건희 회장이 ‘낙제점’ 발언이후 대외적으로 삼성과 청와대의 사이가 좋아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이건희가 잘해서 지금의 삼성이 된 줄 아는가”라고 했고 어떤 장관은 “대기업들이 정부 덕을 모른다”고 역정을 냈다.자의든 타의든 삼성이 청와대와 관련해 입방아에 오르는 일이 잦아지고 있어 정부와의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삼성은 이전부터 시작된 국세청의 삼성그룹 계열사 세무조사가 하필 ‘낙제점’ 발언이후 터져 나와 ‘청와대의 보복성 세무조사’라는 구설에 휘말렸으며, 이건희 회장의 잇따른 출근을 두고서도 말들이 많았다. 이태원동의 집무실 겸 외빈 접견실인 승지원에서 업무를 챙겨왔던 이건희 회장이 21, 26, 28일 한 주 만에 세 번째 출근을 하는 것에 관심이 모아진 것도 최근 청와대와의 기묘한 기류 때문이다. 삼성 계열사에 대한 국세청의 일제 세무조사도 이유겠지만, 정부의 강경정책도 그 이유일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삼성이 안팎으로 뒤숭숭한 분위기인 것도 사실. 삼성은 주력사업인 스마트폰 사업에서 최근 애플 아이폰과 ‘특허분쟁’에 휘말려 고심 중이다. 공교롭게도 이건희 회장이 세 번째 출근을 한 날은 삼성전자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 아이폰의 차기버전보다 먼저 스마트폰 갤럭시S의 차기버전인 갤럭시S2를 발표하는 날이었다. 정부와 등을 지는 일이 이 회장과 삼성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시장 진출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중국어 특기자 채용을 확대하는 등 글로벌 삼성으로써도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하다못해 공적 연기금 주주권 강화 정책만보더라도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하는 삼성의 기업경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