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매일일보> 자매지인 <파이낸셜투데이>가 공구 유통 상인들의 단체인 한국산업용재협회(회장 유재근) 안수헌 사무국장을 만나 중소기업들의 대기업 MRO 진출에 대한 의견과 대응책에 대해 들어봤다.
얼마 전 LG서브원은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사업을 중단하기로 소상공인들과 합의했다. LG서브원은 LG그룹 계열의 MRO 업체로, 지난해 매출 3조 8천억 원을 기록했다. MRO는 maintenence(유지), repair(보수), operation(운영)의 줄인 것으로 기업들의 유지 보수에 필요한 소모성 자재들을 일컫는다. 현재 대기업이 운영하는 MRO 업체에는 삼성의 아이마켓코리아, 포스코의 엔투비, 코오롱의 코리아이플랫폼 등이 있으며 대부분 2000년도부터 계열사의 구매 비용을 절감한다는 취지로 MRO 시장에 뛰어들었다.
MRO시장에 나타난 공룡기업들
대기업 산하 MRO 계열사들은 신뢰도와 접근성을 이용해 공공기관·기업체·대학 등 신규 거래처를 개척해나갔고 이제는 중소기업들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
안수헌 사무국장은 “대기업들이 MRO 시장에 진출한 것은 2008년 무렵 협회의 회원사들 매출이 점점 줄어들면서 부터였다”며 “처음에는 시장이 커져서 업계에 진출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나 알고 보니 대기업 매출로 빠져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영세업체들은 점점 어려움에 처하자 대기업에 사업조정을 신청해 거래처를 계열사와 1차 협력사만으로 축소해 줄 것을 촉구했다.
중소업체들의 반발이 점차 거세지고 여론의 눈초리가 따가워지자 삼성과 LG는 MRO 사업을 계열사와 1차 협력업체 위주로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뒤이어 포스코와 코오롱도 MRO 사업 확장을 자제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진출 자제에는 환영의 뜻을 보이면서도 1차 협력업체까지 사업을 챙기려는 것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안 사무국장은 “대기업 매출은 1차 협력업체까지 한정한다고 해도 전체의 70% 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중소업체들의 숨통을 조금 트여준 것일 뿐 결코 중소기업의 활성화를 위한 의도는 아니다”라며 “용재협회 외의 다른 단체들은 대부분 1차 협력업체까지 확대되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골판지나 문구업계의 경우 대기업이 1차 협력업체까지 진출하게 되면 유통 통로를 전부 빼앗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성토했다.
실제로 국내 MRO시장 업계 1위인 LG서브원의 지난해 MRO 매출은 2조 5천억원으로 이는 전체 매출 중 65%를 차지한다. 삼성 아이마켓코리아 또한 지난해 MRO 매출이 1조 5천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매출 규모가 큰 이유는 장갑이나 볼트처럼 소모성 자재만을 취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 사무국장은 “MRO의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이라는 순수한 의미에서 벗어나 제조설비 등 내구성 자재까지 취급하면서 매출액이 크게 늘어났다”며 “대기업들은 본래 자사 계열사들이 필요한 물품을 공동구매를 통해 비용을 감소하려는 목적으로 MRO 사업을 시작했으나 점차 계열사를 벗어나 1,2차 협력업체는 물론, 중소기업의 구매대행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사업조정의 대안, 적합업종 선정
지난해 3월 창원에 LG서브원의 회원창고형 도소매업장(MWC-Membership Warehouse Club)이 들어서면서 마산·창원 지역의 소상인들은 생존권을 사수해야 한다며 들고 일어났다. MWC는 창고 형식의 도소매업장으로 도소매업체들은 물론 개인 소비자들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한국산업용재협회와 한국베어링판매협회단체연합회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중단해달라며 중소기업청에 사업 조정을 신청했다. 그 결과 아이마켓코리아와 엔투비, KeP 등 3개 대기업과 사업조정 자율합의를 마쳤으며 LG서브원을 상대로 신청한 사업 조정도 줄다리기 끝에 해결됐다. 지난해 3월 창원에 LG서브원의 회원창고형 도소매업장(MWC-Membership Warehouse Club)이 들어서면서 마산·창원 지역의 소상인들은 생존권을 사수해야 한다며 들고 일어났다. MWC는 창고 형식의 도소매업장으로 도소매업체들은 물론 개인 소비자들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창원의 MWC는 사업 조정 후 도매업으로만 판매하고 소매업과 기업체 납품은 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안 사무국장은 “소비자들까지 MWC에서 구매를 하게 되면 소매상은 살 길이 막막하다”며 사업조정의 결과에 대해서는 “일단 3년 동안 더 이상 확대를 못하게 한 점에 대해서는 성공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MRO 시장에는 대기업이 15개나 남아있으며 이 업체들에 대해서는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신규 사업을 개시하거나 확장한 시점부터 90일 이내에 조정 신청을 해야 한다는 사업조정 관련 규정 때문이다. 소상공인들로 구성된 MRO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사업 조정 다음으로 가장 효과적인 적합업종 선정을 위해 동반성장위원회에 협조를 구한 상태이다.
적합 업종 선정제도는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여기에 포함된 중소기업은 최소 3년간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성장위에서 제조업에 대한 적합업종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이며 비대위는 유통업 분야도 적합 업종에 선정 될 수 있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안 사무국장은 “적합업종에 선정됨으로써 지금보다는 사업 환경이 호전되겠지만 강제성을 띄는 것이 아니므로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법률이 조속히 제정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취재 / 김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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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용재협회 안수헌 사무국장
1958년 12월 전남 담양 출생
1983년 12월 한국전력공사 영업부 입사
1995년 3월 한전산업개발 총무팀 입사
2005년 8월 한국산업용재협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