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잔액 2만원이상 든 ‘T-money’카드 환불 “직접 찾아오면 돌려드립니다”
한국스마트카드 “교통카드도 돈이라 쉽게 환불 안돼”…지하철역 환불시스템 협의中
고장∙분실 교통카드 미사용금액은 카드사 차지…한국스마트카드 “사용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지갑 속에 교통카드 한 장쯤 갖고 있는 것이 당연시 되는 시대다. 교통카드를 이용하면 현금승차시보다 100원의 할인혜택과 통행거리 10㎞ 이내라면 환승 횟수에 관계없이 기본요금 900원만 내고도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또 이렇게 요긴하게 사용되는 교통카드는 편의점, 가판대, 지하철 역사 등에서 쉽게 구입∙충전할 수 있다는 일석삼조의 장점을 무기로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쉬운 구입과 달리 카드의 고장 등으로 환불 받을 때는 그 절차가 복잡하고 불편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 교통카드 환불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원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책임 서로 떠넘기는 운수사∙카드사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을 하던 A씨는 버스에서 지하철로 갈아타는 도중 교통카드가 고장이 났다. A씨는 교통카드 판매처로 달려가 카드잔액 환불을 요구했지만 A씨가 판매처에서들은 이야기는 잔액환불이나 카드교환업무는 담당하고 있지 않다는 말 뿐이었다. B씨는 동생과 한 개의 교통카드로 다인승요금을 지불하고 승차한 후 다른 노선버스로 갈아탔다. 버스운전자에게 다인승환승이라고 말했지만 이를 잘못 알아들은 운전자는 중고생요금 2인으로 처리해 환승은 커녕1,440원의 요금을 더 지불해야만 했다. B씨는 환불을 위해 해당운수사로 문의를 했고 운수사측 관계자는 “환불처리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한국스마트카드로 문의할 것을 요구했다. 그간 교통카드 환불은 한국스마트카드에서 모두 책임져왔지만 지난 9월 1일부로 다인승요금 환불 관련 사항은 해당 운수사에서 책임지는 것으로 카드사와 운수사와의 협의가 이뤄진 상태. 이에 대해 스마트카드 측은 “다인승 요금의 경우 운전자의 수작업과정에서 실수가 일어난 부분이기 때문에 운수사에서 책임을 지기로 했다”며 “운수사 측이 환불 처리과정이 귀찮아 (스마트카드 측으로) 떠넘긴 것 같다”고 전했다.환불의 기본은 발품과 인내심(?)
해당업자들마저 꺼려할 만큼 까다로운 교통카드의 환불?교환절차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카드를 판매한 곳에서는 불량이 확인돼도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잔액이 남은 카드를 방치한 새 카드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상당수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교통카드인 ‘T-money’는 잔액이 2만원이하로 남아있을 경우엔 GS25, Family Mart 등의 환불대행처에서 즉시 환불받을 수 있지만 그마저도 해당 대행처가 직영대리점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또 카드판독이 되지 않는 고장카드나 잔액이 2만원이상 남아있을 경우에는 환불처에 비치돼있는 우편환불봉투를 이용해 카드를 본사로 접수시켜야한다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그렇게 접수된 카드의 환불금액은 약 2주 후에나 은행계좌를 통해 수령할 수 있다.교통카드 속 ‘잠자는 돈’의 주인은
불편한 환불과정 탓에 적은 액수가 남은 교통카드는 버려지거나 서랍 속에 처박혀 ‘잠자는 돈’으로 전락되기 일쑤다. 또 환불상담을 위한 해당카드사 상담원과의 통화가 쉽지 않다는 것 또한 교통카드 미사용액을 증가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실제로 한국스마트카드사의 상담센터의 상담원 수는 16명으로 수도권 대중교통 이용객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다. 기자가 직접 상담원과의 통화를 시도했으나 10번 중 1번 연결될까 말까한 실정이었다. 게다가 연결이 쉽지 않아 환불금액보다 통화료가 더 많이 나올 법했다. 이에 대해 한국스마트카드사 관계자는 “올해가 회사가 설립 된지 4년째 되는 해다. 초반에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는 사업이다 보니 그동안 적자만 기록하다 올해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섰다”며 “현실적으로 대형 증권∙보험∙통신사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고객서비스 수준을 높여가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선불교통카드를 충전하면서 지불하는 돈은 교통카드 회사의 선수금으로 잡힌다. 그 중 소액카드 방치 등으로 인해 카드회사에 쌓이는 잔액 총액은 연간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스마트카드 고객서비스기획팀 최광민 과장은 “교통카드는 무기명카드로 누구 돈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정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카드 미사용액은 계속해서 카드사 선수금으로 남아있게 된다”고 말했다.복잡한 환불제도, 쉬워질까
그렇다면 교통카드사업자들은 왜 카드판매처에서 환불까지 받을 수 있는‘원스톱제도’를 실시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한국스마트카드 최 과장은 “T-money는 교통수단 뿐 아니라 가맹점에서 충전된 금액만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전자화폐다. 교통카드를 습득했을 경우 현금으로 교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2만원이상의 금액은 본사에서만 환불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어“편의점 등의 계산대는 편의점본사 서버와 연결돼 교통카드 이용객에게 환불해 준 금액을 확인하고 대금을 지불할 수 있지만 영세한 가판대의 경우 장비가 갖춰지지 않아 환불시스템을 마련하기 힘들다”며 “지하철 환불 시스템은 KORAIL 측과 협의 중에 있다. 빠르면 연내 중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선불교통카드제도가 시행된 지 10년,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돼온 교통카드 교환∙환불 문제가 지하철 역사의 환불시스템 도입을 기점으로 하나씩 시정되기를 기대해본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