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김동연 향해 '장하성 대변인이냐' / 여당 "국무위원에게 자극적 언사 명예훼손"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내년도 예산안 심사 이틀째를 맞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예결위)에선 전날에 이어 또 다시 여야의 설전이 오갔다. 야당 의원들이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장하성 대변인’이라고 칭한 것으로부터 시작된 여야 기싸움이었다.국회 예결위는 6일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논의했다. 이날 예결위 회의장에서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시장주도경제 비판’ 발언과 관련한 여야 설전이 있었다. 지난 4일 장 실장은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경제를 소위 시장에만 맡기라는 일부의 주장은 한국 경제를 더 큰 모순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이를 두고 “청와대는 왜 이렇게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냐. 시장에 경제를 맡기지 않았기 때문에 성장이 이렇게 된 것 아니냐”라고 했다. 이에 이 총리는 “장 실장의 말은 ‘시장에만’ 맡겨선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수십년 동안 시장에 맡겼는데 결과가 어땠냐”고 반박했고, 이 의원은 “장하성 대변인 같다. 토씨 하나 갖고 총리가 국민 앞에서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했다. 같은 당 이장우 의원도 김 부총리가 장 실장의 ‘내년에는 소득주도성장 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발언의 취지를 설명하려고 하자 “총리도 대변인, 부총리도 대변인, 책임 있는 분들이 청와대 실장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다”고 했다.이에 여당 의원들은 ‘명예훼손’이라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이곳은 정부를 상대로 취조하거나 수사하는 곳이 아니다. 국무위원들에게 자극적인 언사, 대변인이라는 표현도 쓰는데 이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했으며, 같은 당 조정식 의원도 “총리를 비롯한 내각에 청와대 대변인이라고 하는 건 좀 심한 얘기이다. 격에 맞는 표현을 쓰자”고 했다. 그러나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경제를 망쳐놓은 각료들에 대한 야당 의원의 비판에 여당은 경청해야 한다”면서 “조금만 아프면 각료에 대한 모독이라고 하는 건 야당 질의의 연속성을 끊으려는 의도”라고 했다. 이에 더해 이장우 의원은 “제 발언은 최고로 순화된 발언이다. 국민이 직접 이곳에 나왔으면 아마 경제부총리는 멱살이 잡혔을 것”이라고 말해 회의장이 다시 시끄러워지기도 했다.한편 이날 회의에선 23조 5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일자리 예산의 적정성을 두고 충돌하기도 했다. 여당은 정부의 내년도 일자리 예산이 경제협력기구(OECD) 대비 낮은 수준이라며 원안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총 54조원의 일자리 예산을 쏟아부었는데도 고용악화가 개선될 조짐이 없다며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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