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정은 체제 1년 “당신이 떠난 빈자리가 가장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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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현정은 체제 1년 “당신이 떠난 빈자리가 가장 힘들었어요”
  • 파이낸셜투데이
  • 승인 2004.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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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재계 10위권 도약 목표
KCC경영권 분쟁 거치면서 그룹 이끌어

“당신이 떠난 지금 제 가슴은 너무 아파요”
고(故) 정몽헌 회장도 알았을까. 자신이 경영하던 회사가 삼촌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을…
2003년 11월11일 오후 1시30분 하루종일 강한 바람과 늦가을비가 내리고 있는 서울 우이동 도선사. 검은 상복을 입은 현정은 현대그룹회장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고(故)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충격속에 세상을 떠난지 100일. 탈상제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계열 5사의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맏형인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을 비롯해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왜 일까?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문제였을까?

이러한 형제들의 불참으로 현 회장의 심기가 불편했을까. 탈상제를 마친 뒤 현 회장은 KCC의 지분확보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당시 KCC 정종순 부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상영 명예회장을 위시한 ‘범현대가’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50% 이상 확보했다”는 무혈 점령파장으로 돌변하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지원군’에서 `점령군’으로 급선회를 한 것이다. 이는 KCC측이 “대주주로서 현대그룹이 재도약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미래를 준비해 나가겠다”며 그룹에 대한 경영권 장악 의사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계열사 편입은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지키겠다’는 기존 입장을 정 명예회장 스스로 뒤집는 일”이라며 반발, 정 명예회장과 현 회장측간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었다…본지 2003년 11월 12일자 기사 <중략>이런 세월에도 불구하고 지난 21일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현 회장의 남편인 고(故)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작년 8월4일 세상을 떠난 이후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현대그룹은 현 회장 체제의 1년간 경영권 분쟁의 후폭풍을 잘 이겨내고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룹의 주력회사인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는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도 활기를 뛰고 있어 2010년 재계 10위권 도약을 목표로 한 경영비전을 발표하는 등 재도약을 다지고 있다.

현 회장은 선포식에서 “꿈과 희망을 향한 도전과 창조적 예지로 풍요로운 내일을 창조한다는 경영이념을 제시한다”며 이같은 중장기 경영비전을 밝혔다.
현대그룹은 2010년까지 매출 20조원, 자산 20조원을 달성하면 재계 10위권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위기가 그룹계열사들의 결속력 높혔다”
현대상선 외국지분 급증…대비책 마련


작년에 5조4천억원이었던 매출을 2005년 6조7천억원, 2008년 15조원 등으로 꾸준히 늘려 2010년엔 작년의 3.7배 수준을 달성하고 자산규모도 2.6배 늘리는 등 외형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영업이익도 작년의 4천억원에서 2010년엔 2조4천억원으로 늘리고 부채비율도 작년의 418%에서 2005년 181%, 2008년 126%, 2010년 69%로 낮춰 내실도 다지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세부 발전전략으로는 기존사업의 경우 ▲물류부문은 시장확대 및 로지스틱 엔지니어링 진출, 대북물류사업 등을 통한 글로벌 종합물류기반 구축 ▲기계·제조부문은 환경산업 등 사업 다변화 및 세계 10대 종합운반기기 생산기반 구축 ▲금융부문은 자산관리업 및 투자은행업 중심의 종합투자은행업 육성 ▲개발·건설부문은 금강산관광 인프라 확대 및 외국인 크루즈관광 연계, 개성공단 활용 등 대북 종합관광개발사업 및 건설사업 기반의 구축 등에 나선다는 청사진을 포함하고 있다.또한 기존사업과의 시너지 및 경쟁력 등을 고려한 전후방 연관산업에 진출하는등 ▲지능형 자동화기기 제조업 ▲IT형 전자 디바이스산업 ▲금속장치산업 ▲토털복지서비스사업 등 신성장산업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현대그룹은 이와함께 핵심인재 및 차세대 리더육성을 강화하고 브랜드가치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회사별 1등 상품과 1등 서비스의 집중개발에 나설 예정이다.현대는 이와함께 전 계열사의 이사회 과반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해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가칭)정몽헌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이산가족지원에 나서는 등 윤리경영 체제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부문을 강화키로 했다.그러나 이번 경영비전은 고 정몽헌 회장 사망 이후의 경영권 분쟁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은 현대그룹이 옛 현대그룹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재도약을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기 때문에 세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재도약의 발판을 중장기 발전계획을 내놓고 공격적인 경영에 나섰다는 것은 경영권 분쟁 등 그동안의 시련을 이겨냈고 현 회장을 중심으로 안정을 되찾았다는 것을 의미한다.현 회장은 작년 10월말 취임한 이후 KCC와의 경영권 분쟁을 거치면서 조직을 추스르는 등 무리없이 그룹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그동안 각자 살기에 바빠 흐트러졌던 그룹 계열사들간의 결속력도 위기상황을 거치면서 높아졌다. 또한 계열사들의 실적이 작년 하반기부터 크게 호전된 것은 현 회장 체제에 힘을 실어주면서 미래까지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줬다.그룹의 주력사인 현대아산의 금강산관광도 육로관광이 활성화된 이후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 호조를 보이면서 수익성이 개선돼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현 회장은 최근 현대상선의 외국인 지분이 급증한 것과 관련, “정기 주주총회가 열릴때까지는 외국인 매수주체의 정확한 실체를 알 수 없으나 현재까지 크게 걱정하지는 않고 있다”며 “그러나 여러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확실한 대비책을 마련해 둬야하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장기적으로 현대상선의 우호지분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겠지만 당장은 지분 매입 등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KCC와의 경영권 분쟁 재발 우려와 관련, “40%이상의 우호지분을 확보해 둔 상태여서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나 KCC에서 당초 약속대로 이른 시일내에 지분을 처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계열사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고 전문경영인에게 재량권을 많이 부여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현 전문 경영진 체제를 계속 유지, 강화해 나 갈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인수 여부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현대건설이 원래대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고 장기적으로 그룹이 인수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지만 당장에는 자금여력이 없다”며 “현대건설이 현대상선의 지분을 갖고 있는 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지난 5월 방북,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과 만나 금강산 관광 및 개성 공단 건설 문제를 논의하는 등 `대북사업은 직접 챙기겠다’는 소신을 실천해온 현 회장은 다음달 금강산 골프장 착공식 참석 계획도 전했다.현회장은 지난 1년간을 뒤돌아보며 “그동안 국내 해운사에 여성 CEO가 재직한 선례가 없어 처음에는 다소 망설였지만 업무 파악이 어느 정도 된 이후 아직까지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처음 경영권 분쟁에 직면했을 때는 자금 여력 차이 등으로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온 임직원이 힘을 합쳐 성과를 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고 이후 어느 정도 자신감도 붙게 됐다”며 “많은 분들이 후원해 주신데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피력했다.그러나 “고 정몽헌 회장의 빈자리가 느껴질 때 가장 힘들었고 빈자리를 잘 채우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들 때가 많았다”고 인간적 고뇌도 내비쳤다.전문경영진 체제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굵직굵직한 현안에서는 `강단’을 발휘하는 내유외강형으로, 그룹 해체 후 사라졌던 계열사 사장단 회의와 영업본부장, 관리본부장 회의를 부활시키는 등 그룹장악 수순을 밟아온 현 회장이 지난 1년간의 워밍업을 거쳐 향후 보다 본격적인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현대그룹이 안정단계에 접어들면서 미래에 대한 비전이 필요해졌고 그것은 현대그룹 역사와 전통의 계승은 물론 그룹 재건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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