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주주총회 전자투표시스템(K-evote)이 올해로 도입 2주년을 맞았지만 이를 채택한 상장사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상장 기업들이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도입을 꺼리면서 주관 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30일 예탁결제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전자투표제를 이용하고 있는 회사는 총 39개사다. 이 중 36개사가 선박투자회사로 일명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였고, 나머지 세 곳(경기방송·꽃피는 아침마을·디에이치패션)도 그나마 비상장사였다.전자투표는 소액주주가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로, 2010년 8월 도입됐다.당시 예탁원은 전자투표시스템에 대해 "우리나라 기업의 90%를 차지하는 12월 결산사의 주총 시즌이 다가오면 사회적 관심 증가와 함께 기업들의 이용 참여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상장사들 "전자투표, 굳이 채택할 이유 없어"지난해와 올해 두 번의 정기 주총이 진행됐지만 상장사들의 전자투표 이용 현황은 전무했다. 전자투표제가 의무사항이 아닐 뿐더러 상장사들도 기존의 주총 방식을 굳이 바꿔야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코스닥 상장사의 한 관계자는 "(전자투표시스템에 대해)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 비용도 들고, 절차도 까다롭게 느껴졌다"며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전자투표 도입에 대해 (직원들과) 논의하려고 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한국상장회사협의회의 한 관계자도 "실효성 측면에서 상장사들은 전자투표를 실시하지 않아도 주총을 진행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며 "이는 소액주주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지적과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특히 '섀도보팅(Shadow Voting)'을 통해 의결정족수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상장사가 전자투표를 채택하지 않는 이유다.섀도보팅은 예탁원에 신청한 회사에 한해 주주가 주총에 불참하더라도 예탁원이 의결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예탁원 집계 결과 상장사 1800여개사 중 35%가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기획정책실 연구위원은 "전자투표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자본시장법에 있는 섀도보팅제를 없애야 한다"며 "상장사들이 의결정족수 확보 때문에 내키지 않더라도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손 놓은 예탁원, 보여주기식 홍보만…당초 의욕적으로 제도 도입을 추진했던 예탁원이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지하철 광고 등의 홍보는 진행하고 있지만 제도 활성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상장사를 상대로 적극적인 사업은 펼치지 않고 있는 것.예탁원은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전자투표 관련 설명회를 1년에 2~3번 실시하는데 그치고 있다. 다만 2010년부터 인터넷 광고와 지하철 홍보를 실시하며 1년에 약 3000만원을 집행하고 있을 뿐이다.예탁원 관계자는 "상장사들을 모아놓고 설명회를 해도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전자투표 개념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며 "취지에 공감하고 관심도 보이지만 워낙 새로운 제도고, 주총도 잘 진행돼 선도적으로 이용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강제성과 상장사의 도입 의지가 없다는 이유 때문에 예탁원은 현재 '섀도보팅제'가 폐지되는 2015년만 바라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전자투표를 활성화하려면 제도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수 밖에 없다"며 "2015년 1월 섀도보팅이 페지되는데 그 이후부터는 전자투표제에 대한 수요나 관심이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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