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분리 농협중앙회 성격에 '갸우뚱'...농협 "이해 부족 탓"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금융과 경제 분리 원칙에 따라 지난 3월 출범한 농협은행이 중국사무소 개설을 앞두고 제동이 걸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농협의 중국진출이 지연되는 까닭을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현지 금융당국이 농협은행의 ‘정체성’을 운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올해 초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은행감독회에 베이징 사무소 개설을 신청했다고 밝혔다.현지에서 은행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지점을 만들어야 함은 물론, 이를 위해 사무소 설치가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현재 국내 은행사들 가운데 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은 중국 법인을 운영 중이며, KB국민은행도 최근 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인가를 받았다. 신한, KB, 우리금융 등 6대 금융그룹은 중국시장 선점 외에도 일본, 캄보디아, 베트남 등 이미 해외 현지화 영업을 확대 중이며, 계열사 간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있다.이에 따라 중국 현지 금융감독당국은 농협은행의 중국 사무소 인가를 두고 일단 제동을 걸었다.농협은행이 지난해까지 농업협동조합중앙회에 소속돼 있던 농협을 시중은행으로 봐도 무방하냐는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즉, 농협은행을 금융기관으로 봐도 될 지 성격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현지 금융당국의 이 같은 반응에 금융감독원측은 현지에서 농업협동조합을 일반 은행과 다른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중국이 외국계 은행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다는 점도 중국 사무소 인가가 지연되는 까닭으로 꼽았다.현재 농협은행과 금감원 측은 협동조합이라는 용어에서 오해가 생겼다고 보고 이해를 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금감원 역시 농협이 중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다.현지에서 농협은행의 중국진출에 제동을 건 것과 관련, 정체성을 운운했기 때문이라는 데 설득력을 얻는 증거는 물론 있다.농협은행의 해외 진출을 위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실제로, 농협은행은 현재 미국 뉴욕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지난 2006년 금강산에도 지점을 개설했지만 현재는 영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즉, 농협은행의 해외진출 성적이 그다지 괄목할만한 성과는 아니라는 것이다.이와 관련 농협은행 측은 앞으로 중국사무소 뿐만 아니라 베트남에도 사무소 개설을 준비, 농협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내년 상반기까지 개점하겠다는 입장이다.한편, 신충식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이미 해외지점 부분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신 전 회장은 올해 안에 뉴욕에 있는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할 것은 물론 또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사무소가 나가 있는 곳 역시 지점전환을 타진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지만, 이들은 벌써부터 중국진출에 난항을 겪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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