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위탁판매수수료 과다지급…롯데닷컴 지원하다 적발
아시아나항공, 금호생명 등 4건 경고조치
동원, 계열사 인상없이 기존 임대료 간접 지원
대기업들의 계열사간 부당지원 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금사정이 어려운 계열사가 발행한 채권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주거나, 계열사가 판 상품권에 대해 위탁판매수수료를 높게 책정해 주는 등 수법도 다양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일 롯데, 금호아시아나, 동원, 대성그룹 소속 10개사가 11개의 다른 계열사 및 관계사들에게 3천459억원의 부당지원성 거래를 한 사실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35억6천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과징금은 금호아시아나가 19억5천30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롯데 11억1천700만원, 동원 2억5천900만원, 대성 2억4천만원 순이었다. 이와는 별도로 공정위는 금호아시아나와 동원그룹 소속 7개사가 총 102건의 대규모 내부거래를 하고도 이사회 의결이나 공시의무를 위반한 사실을 적발, 총 12억4천4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금호아시아나의 경우 계열사 4개사가 모두 98건의 내부거래를 하면서 이사회 의결이나 공시의무를 위반했다.
공정위는 이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금호생명보험 등 2개사 94건에 대해 10억9천8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4건은 경고조치했다.
동원에 대해서는 계열사 3개사가 4건의 내부거래에 대해 의사회 의결이나 공시의무 위반사실을 적발, 이 중 동원금융지주, 동원증권, 동원캐피탈 등 3개사 3건에 대해서 1억4천6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1건은 경고조치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결과 “부당지원 행위를 제도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자본금 또는 자본총계 중 큰 금액의 10% 이상이거나 10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에 대해선 이사회 의결이나 공시를 해야 하는데도 불구 이를 어긴 사례가 다수 나타났다”고 밝혔다.
따라서 공정위는 자산총액규모가 2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를 대상으로 구축되어 있는 부당지원행위 상시감시체계를 통해 부당지원행위 정보수집 및 분석능력을 강화해 혐의업체 발굴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그룹별 주요 위반내용은 다음과 같다.
롯데쇼핑은 상품권 위탁판매수수료 과다지급을 통해 롯데닷컴을 지원하다 적발됐다.
롯데쇼핑은 지난 2000년 6월부터 2002년 6월까지 2년간 상품권을 위탁판매하면서 우리은행, KT커머스, LG홈쇼핑 등 다른 위탁판매업체에게는 3~7%의 수수료를 지급한 반면 롯데닷컴에게는 10%의 수수료를 지급함으로써 162억9천400만원의 지원성거래를 했다. 이로 인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6억5천100만원을 부과받았다.
또 롯데쇼핑은 3년 연속 흑자였고 수익성 지표 및 성장성 지표가 경쟁사업자에 비해 상당히 양호했던 포장사업부를 2002년 9월 계열사인 롯데알미늄에 영업권에 대한 대가 없이 순자산가액에 양도하는 방법으로 148억8천400만원규모를 지원했다.
호텔롯데는 2003년 8월 계열사인 롯데건설이 보유한 롯데카드 주식 99만538주를 시가보다 30% 비싼 주당 1천385원씩 총 13억7천200만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당시 롯데카드의 주당가치는 1천66원에 불과했고, 3년 연속 적자에다 감자까지 예정돼 있는 상태였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는 계열사간 주식거래의 경우 주식가치의 30%를 가산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3년 연속 결손인 경우 30% 가산 규정이 적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호텔롯데는 이 규정을 위반해 과잉지원 했다 적발된 것이다.
롯데정보통신은 2004년 4월부터 2004년 12월까지 계열사인 롯데알미늄에게 건물을 임대하면서 계약면적 외에 3천896㎡를 무상으로 사용케 하는 방식으로 5억3천900만원을 지원했다 적발됐다.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금호석유화학, 금호렌터카 등은 2000년 6월29일부터 2002년 10월1일까지 금호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기 위해 총 1천480억원을 후순위로 대여하면서 정상금리보다 현저히 낮은 10~12% 금리를 적용했다. 또한 만기도 7~10년의 장기로 대여했다 적발돼 시정명령과 과징금 14억8천만원이 부과됐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종합금융이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2001년 12월27일과 2002년 12월20일 두 번에 걸쳐 발행한 만기 5년6개월 및 10년 후순위사모사채를 정상금리보다 현저히 낮은 금리로 각각 200억원씩 모두 400억원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제재를 받았다.
금호산업은 또 금호렌터카에 2000년 1월1일부터 2001년 8월19일까지 102억9천300만원을 정상금리보다 2%포인트 낮은 11%에 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시아나항공은 2002년 10월8일부터 2003년 1월28일까지 당시 관계회사였던 아시아나CC를 위해 동양종합금융증권에 총 204억원의 담보를 제공, 차입금리를 1.8~2.3%포인트 낮출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금호석유화학은 2000년 12월22일 금호생명으로부터 신문로 사옥을 임차하면서 정상가격보다 약 10.8% 높은 가격에 계약하는 방식으로 혜택을 줬다.
이외에도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금호석유화학, 금호생명 등 기업집단 소속 4개 회사가 모두 98건의 대규모 내부거래를 하면서 이사회 의결이나 공시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금호생명은 91건을 위반한 것으로 집계됐다.
동원증권은 2002년 12월5일부터 2004년 1월5일까지 동원캐피탈이 발행한 기업어음 500억원을 모두 12회에 걸쳐 정상할인율보다 1.14~2.84%포인트 낮은 할인율로 매입하는 방법으로 지원했다.
동원증권은 또 여의도 본사 사옥 일부를 임대하면서 2000년 10월부터 비계열사는 임대보증금을 올리면서도 계열사인 동원투신운용에게는 인상없이 기존 임대료로 계속 임대함으로써 간접 지원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2003년 12월31일 계열사인 이스텔시스템즈가 보유하고 있던 액면가 55억원 규모의 무보증 후순위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회수 가능액이 35억원에 훨씬 미달함에도 35억원에 매입했다가 적발됐다.
ABS는 부동산, 매출채권, 유가증권, 주택저당채권 등과 같이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기초로 하여 발행하는 증권으로 무보증, 후순위라는 점에서 위험성이 높아 회수가능성이 매우 낮다.
한편 동원은 기업집단 소속 3개 회사가 4건의 대규모내부거래에 대해 이사회 의결이나 공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계열사인 대구도시가스는 2004년 3월부터 6월까지 3차례에 걸쳐 한국케이블TV 경기방송이 외환은행 등 3개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할 때 정기예금 170억원을 담보로 제공했다. 이로 인해 한국케이블TV는 170억원의 자금을 정상금리보다 1.5~4.2%포인트 싼 금리로 차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