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정부가 일본 수출 규제 대응을 위해 관련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포함한 산업경쟁력 확보 종합대책을 조만간 내놓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종합대책을 예고하며 일본 정부에 수출통제 조치를 철회하고 협의에 응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소재, 부품, 장비산업 대일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일본과의 무역 갈등이 장기화 조짐에 따라 정부가 사전 예고한 중장기 대책 가운데 하나다.
종합대책에는 연구개발(R&D) 사업 지원을 비롯해 프로젝트 예타면제, 별도 추경 확대를 통한 지원 예산 투입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산업경쟁력 강화를 적극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 연구개발(R&D) 지원, 실증지원, 설비능력 확충 지원,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예타면제 검토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다각적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번 추경 심의 때 소재·부품·장비산업 관련 지원 예산을 확보해 당장 하반기부터 관련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단기적으로로 피해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국제사회에 일본 수출 규제의 부당성을 알리고 공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당장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최우선 역점을 두고 지원하겠다"며 "민·관 협력 체제를 강화하고 기업애로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데 주력하고 작은 부분이라도 대체 수입선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주요국과 국제기구에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이번 사안을 국제무역기구(WTO) 이사회에 정식 의제로 상정해 논의하는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오는 23~24일 열리는 WTO 이사회에서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국제사회의 자유무역체제를 훼손하고 약화시킨다는 점을 알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홍 부총리는 "특정국을 향한 일본의 부당한 수출통제 조치는 국제무역 규범 측면이나 호혜적으로 함께 성장해 온 한일 경협관계에 비춰 볼 때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특히 지난 달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자유공정무역, 비차별적이고 안정적인 무역환경 조성'이 담긴 선언문이 채택된 점을 언급한 뒤 "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조치로 일본 스스로 이제까지의 키워온 국제적 신뢰가 손상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글로벌 밸류체인(GVC) 구조를 더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세계 경제 성장을 제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도 일본에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요청하고 대화의 장에 나서줄 것을 강조했다. 그는 "대화단절로 현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한일 양국은 물론 세계경제 전체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본이 수출통제 조치를 철회하고 협의에 나서 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