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일부터 안보상 우방 국가인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화이트 국가 배제가 현실화되면 기존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이어 전자·정밀·기계·화학 등 국내 핵심 산업 전반에 걸쳐 1100여개 핵심 품목의 수입도 어려워진다.
앞서 1차 보복의 타깃이었던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회로를 깎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필수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의 공급처를 추가로 확보하고 테스트에 돌입했다. 공급처는 국내를 포함해 중국과 대만, 러시아 등이다. 문제는 품질 테스트 기간이 6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쓰던 일본산 불화수소는 99.999% 이상의 초고순도이다. 품질에서도 불순물 입자 종류, 크기도 균일해 불량률이 굉장히 낮았다는 평가다. 이에 반해 중국이나 대만산의 경우 아직까지 일본산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반도체 업계는 수출 규제 품목 범위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판인 실리콘 웨이퍼나 웨이퍼에 빛으로 회로를 그리는 핵심 재료인 블랭크 마스크, 메탈 화학기상증착기(CVD), D램 공정에 쓰이는 불화아르곤(ArF) 포토리지스트 등으로 확대될까 우려하고 있다. 웨이퍼는 일본의 신에츠화학·섬코 등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블랭크 마스크도 국내 제품의 품질이 일본 제품을 대체할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되고 있고, 일부는 일본 업체 호야가 독점 생산 중이다. 메탈 CVD도 일본 장비업체가 전 세계 90% 이상 점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포토리지스트나 블랭크마스크는 당분간 일본산을 대체하기 어려워 생산 공정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착 공정에 필수적인 섀도마스크가 규제 품목에 오를까 걱정하고 있다. 일본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2차 보복 타깃으로는 일본산 소재나 부품을 주로 수입해 완제품을 만드는 국내 IT, 전자, 배터리, 자동차 전장 업체 등이 거론된다. 지난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품목 4천2백가지를 조사한 결과 그 중 수입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은 48개에 달한다. 방직용 섬유 등 품목의 수입의존도가 99.6%, 화학공업·연관 공업 생산품이 98.4% 차량·항공기·선박 관련품이 97.7% 달한다. 한마디로 전자·정밀·기계·화학 등 대한민국 수출 주력 제품은 일본에 의존해서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자·정밀·기계·화학의 국산화에 대한 꾸준한 노력과 관심이 있었다면 이번과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업의 부재는 양질의 일자리 문제와도 직결된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이유는 기술 개발을 등한시한 결과이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기술이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각인해야 한다. 전자·정밀·기계·화학의 국산화 노력으로 기술 독립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