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회사 이사들과의 술자리 도중 한바탕 소란을 피운 것으로 알려져 그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어윤대 회장은 지난달 20일 국민은행 중국 현지법인 개소식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했다가 사외이사 7명, KB 임직원 등과 가진 저녁자리에서 소란을 피웠다.
어 회장은 이사진들과 술잔이 오가던 도중 갑자기 술잔을 깨며 한동안 괴성과 함께 ING생명 인수를 반대하는 이사들에게 격노했는데, 이 과정에서 깨진 술잔 파편에 일부 임원과 사외이사가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소동은 어 회장의 사과로 일단락 됐지만, ING생명 인수를 둘러싼 이견이 계속되는 만큼 앞으로도 비슷한 갈등은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현재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9명이다. 그러나 이중 이경재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최소 3명의 사외이사가 보험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를 들어 ING생명 인수에 반대의 뜻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어 회장은 ING생명 인수를 자신의 임기내 처리하기 위해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어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ING생명 인수 추진 여부는 결국 이사회 표대결로 결정날 것으로 보이나, 아직까지 그 일정은 구체적으로 잡힌 게 없다.일각에선 5일 오후 열릴 경영진 회의가 이사회로 전환돼 표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지만,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ING생명 인수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난관은 여전하다. KB국민은행 노조 측이 강력한 반대의 뜻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실제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지난 4일 “ING생명 인수 계획을 강행할 경우 어 회장 퇴진투쟁을 불사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한편, 이번 ‘음주소란’ 사태와 관련해 KB금융지주 측은 사실관계가 상당히 와전됐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KB금융지주 관계자는 “술자리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어 회장은 평소 술을 잘 못하는 편”이라며 “술을 몇 잔 마신 상태에서 어 회장이 이사진들에게 ING생명을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얘길하다 실수로 술잔을 떨어뜨려 깨진 것이고, 하필 장내가 약간 소란스러운 분위기였기 때문에 이 것이 음주난동 등으로 와전된 것이다.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