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행위로 인한 연간 평균 근로손실일수 日 보다 217배 높아
제조업의 고비용·저생산성 구조개선·선진형 노사 관계 구축 시급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매년 국내 제조업 노동조합의 파업이 반복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립적 노사관계와 경직적인 고용·근로제도에 따른 고비용·저생산성 산업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에서 쟁의행위로 인한 연간 평균 근로손실일수는 일본과 비교해 2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2016년 10년 동안 쟁의행위로 인한 연평균 임금근로자 1000명당 근로손실일수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평균 43.4일, 일본은 0.2일로 집계됐다.
근로손실일수는 파업 참가자 수에 파업시간을 곱한 후 이를 1일 근로시간(8시간)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국가 간 비교를 위해 국제노동기구(ILO)는 이 수치를 임금근로자 1000명당 근로손실일수로 환산해 사용한다고 한경연 측은 설명했다.
한경연 측은 “한국의 노조 가입률(10.3%)이 일본(17.9%)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근로손실일수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그만큼 파업 일수가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주로 파업 건수가 많기보다 대기업 대규모 노조가 장기 파업을 벌여 근로손실일수가 급증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6년의 경우 한국의 근로자 1000명당 근로손실일수는 106.6일로 10년 평균치의 두 배가 넘었는데 당시 철도노조의 74일 장기파업, 현대차 노조의 대규모 파업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잦은 횟수의 파업은 노사간 기형적인 관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를 심층 분석한 ‘현대자동차에는 한국 노사관계가 있다’의 저자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노조 집행부는 파업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존재감을 보이고, 경영진은 적절한 시기에 (파업을) 진화하면서 서로 이를 성과로 포장하는, 담합 형태의 공생 관계를 이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바른 노사관계를 위해서는 국내 제조업의 고비용·저생산성의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독일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새로운 노동시장 질서 구축을 위해 노사가 화합하고 경제 활력을 높이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반면,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다른 나라와 달리 기업별 노조 중심의 틀 속에서 투쟁적인 노동 운동 관행으로 고비용·저생산성의 산업구조에 봉착돼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립적 노사관계는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가 발표한 노사관계 생산성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63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노사협력 순위에서도 지난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140개국 중 124위에 머물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자동차업계는 강성노조로 대표되는 연례 파업과 노동의 유연성 부족을 겪고 있다”면서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노조의 안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고비용 구조는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연봉으로 무장하고 있고 생산성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임단협도 연간 협의가 아닌 2~4년으로 늘려 안정을 취하고 할 걸음 양보해 모두가 함께 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선진형 노조 본연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