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한국관광공사(사장 이참, 이하 관광공사) 노조가 인천공항공사(사장 이채욱, 이하 공항공사)의 면세점 입찰공고 강행을 두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이는 관광공사가 운영하던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공항측이 사실상 민간기업에 넘기기로 한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지난 5일 공항공사는 관광공사의 면세점 사업기간 만료에 따라 자산 합계 5조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을 상대로 신규 사업자 입찰공고를 냈다.이에 관광공사 노조는 9일 '면세점 입찰에 대한 의문'이라는 성명의 반박문을 발표했다.관광공사 노조에 따르면 지난 달 30일 관광공사가 공항공사 이채욱 사장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를 취하한 후 불과 5일만에 공항공사는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에 대한 입찰공고를 전격 발표했다.이에 관광공사 노조는 “12월 하순 국회 본회의를 통해 관광공사 면세점 지속 운영 촉구 결의안이 상정될 시점에 인천공항공사가 무리하게 입찰공고를 냈다"며 "이는 인천공항공사가 주장하듯 중소기업에 대한 기회가 이니라 재벌에 대한 또 다른 특혜”라고 비난했다.관광공사 노조가 주장하는 의문점은 7가지다.우선 노조는 일주일이라는 짦은 입찰 기간을 문제 삼았다. 노조는 “지난 2007년과 달리 이번 입찰은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어도 참여할 수 있는 만큼 중소·중견기업들이 입찰 조건과 사업 타당성을 검토할 시간을 줘야 하지만 시간이 너무 짧다”고 반박했다.이어 줄어든 입찰면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노조는 “입찰대상에서 110㎡ 가까이 누락시킨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입찰을 진행함으로써 불거질 수 있는 의혹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입찰에 참가하는 중소·중견기업에게 분명한 설명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이와 관련 입찰 참가자격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인천공항공사는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에 의거, 자산규모가 5조원 미만인 중소기업을 입찰 대상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현행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산이 5천억 미만인 기업을 중소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자산 5조원 규모의 기업을 중소기업으로 분류하는 점이 타당한지 노조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노조는 “지난 10월 8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재완 장관이 밝힌 중소·중견기업에만 입찰참가 자격을 주겠다는 방침과 어긋난다"고 주장했다.높은 임대료 책정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번 입찰에서 임대료 격인 최소보장액은 DF6(면적 1022㎡) 238억원, DF7(면적 1151㎡)은 283억원이다. 두 사업권 공간을 합칠 경우 총 매장면적은 2174㎡(약 658평)이며 최소보장액 합산액은 521억원이다. 최고가액을 써낸 업체에 낙찰되므로 2개 사업권 낙찰 합산금액이 600억원 내외가 될 전망이다.아울러 외산수입품에 비해 수익률이 낮은 국산품을 50% 이상 배치해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된다. 아울러 계약기간이 2년으로 시설투자비 약 70억원(추정), 전산개발비, 비품 등에 대해 감가상각 만료 이전 폐기와 원상복구 비용까지 떠안게 된다고 주장했다.이와 함께 노조는 취급품목 제한이 재벌 면세점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토해양위 이윤석 의원(민주통합당)이 인천공항면세점의 취급품목 제한조치로 인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지적했다.특히 공정거래위원회는 인천공항면세점 내 롯데면세점이 주류와 담배에 대한 독점판매권을 부여 받음으로 인해 인기 주류 30여개의 가격이 평균 9.8%나 인상되고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하지만 이번 입찰대상 공간에는 면세점 상위 품목인 향수.화장품,주류.담배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새 사업자에 대한 취급품목 제한조치는 결국 인천공항에서 영업을 하는 기존의 재벌면세점들인 신라와 롯데의 이익을 보호해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라고 반박했다.이 외에도 관광공사 노조는 인천공사가 입점 업체들에게 부여하는 광고비와 재벌면세점들의 기득권에 침묵하는 정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한편 정치권에서도 이번 입찰공고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전정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와 관련 공항과 기획재정부 측에 의견서를 전달하고 "입찰안내서에 '글로벌 명품 브랜드 입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며 "정부가 겉으로는 중소기업을 위하는 척하고 있지만 사실은 대기업 제품과 명품을 팔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도 '면세시장의 50%를 중소·중견 기업에, 20%를 관광공사에 할당한다'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앞서 관광공사는 인천공항이 새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공항 면세점 100% 민영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으며, 이채욱 사장의 국정감사 발언을 두고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가 취하하는 등 연일 잡음을 빚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