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암코 회사채 청약 미달시 인수 부담 우려
[매일일보] 회사채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발행주관사가 시장 상황 악화를 이유로 회사채 발행 주관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했다.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4일 연합자산관리(유암코)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암코는 회사채 발행 철회 사유에 대해 “최종 발행금리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 하였으나 시장 여건 및 일부 주관사의 입장을 고려하여 발행을 추후로 연기하고 발행사와 공동대표주관회사의 동의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한다”고 설명했다.유암코는 이번 회사채 발행을 위해 KDB대우증권(이하 대우증권), 현대증권, 한화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HMC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동양증권, 대신증권 등을 인수주관사로 선정했다. 이후 지난 9일 수요예측을 거쳐 오는 18일 2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었다.당초 유암코는 2년 만기 국고채수익률 2.75% 대비 27bp(0.27%)~37bp(0.37%)를 가산한 수준으로 회사채 금리를 제시했다.하지만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들은 발행사가 제시한 금리 밴드보다 높은 수준으로 희망금리를 써냈으며 이마저도 대거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유암코 및 대우증권 등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은 가산금리(신용스프레드)로 낮게는 40bp 높게는 45bp 이상을 써냈다.생각보다 저조한 수요예측 결과에 유암코와 증권사들은 발행금리 확정을 위해 협의를 진행했다.대우증권 등 주관증권사 측은 가산금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유암코도 기존 상한선인 37bp에서 2bp 높인 39bp까지는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대우증권은 가산금리를 42bp 이상으로 할 것을 주장해 결국 양측은 3bp(0.03%)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회사채 발행이 무산됐다.회사 측이 회사채 발행을 위해 처음 공시한 증권신고서에서 2년만기 AA- 신용등급 회사채의 민평금리는 3.15%로 신용스프레드는 0.40%로 집계됐다.신용스프레드란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이를 뜻한다.이에 대해 유암코 고위관계자는 “수요예측 당일인 9일 회의 결과에서 증권사들과 그 주 금요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 결과를 보고 민평금리 수준에서 맞추기로 합의했다”며 “금통위에서 금리 추가 인하 전망이 시장에서 퍼져 신용스프레드가 이를 선반영한 수준이라 금리 동결 이후 스프레드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주관사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이어 이 관계자는 “대우증권이 불과 일주일만에 협의한 수준을 무시해 신뢰를 져버렸다”고 회사채 발행 무산책임을 대우증권으로 넘겼다.이런 지적들에 대해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수요예측 결과가 너무 저조해서 발행사와 금리 조정과 관련해 논의했다”며 “양측의 의견을 수렴해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발행하기로 발행사와 논의를 거쳐 철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이번 회사채 발행 중단이 KDB대우증권 때문이라는 발행사 측의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대우증권만이 단독주관을 했다면 책임이 있겠지만 공동주관을 한 상태에서 대우증권 단독 책임론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일각에서는 이번 양측간 힘겨루기가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결과가 나와 증권사가 청약 미달에 따른 인수 부담이 크다고 판단 이를 피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2000억원의 회사채 중 대우증권의 인수물량은 500억원 가량이다.이에 대해 대우증권 관계자는 “청약 미달로 증권사가 인수하는 경우는 주로 중소형 증권사에 많다”며 “대우증권은 미청약 물량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특히 인수 부담에 따른 발행사와 힘겨루기 해석은 적절치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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