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삶의 균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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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삶의 균형감
  • 매일일보
  • 승인 2019.11.2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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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전시중인 갤러리오스퀘어 The Journey 전시전경. 사진=박소정
현재전시중인 갤러리오스퀘어 The Journey 전시전경. 사진=박소정
“나는 아직도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은 어린아이를 닮은 평범한 동기에서 시작되고 노동으로 실천되어진다. 살아가는 것과 생존하는 것 사이에 놓인 일상. 하나의 몸에 매인 나의 영혼은 한없는 욕심으로 버둥거리거나 외로움과 함께 심연으로 침전한다. 어떤 때는 사회와의 화해를 꾀하기 위해 이성적 논리로 무장하기도 한다. 서로 닮아 보이지 않는 잡다한 생각의 배설물들을 바라보며 고단한 여행과 달콤한 귀환의 반복을 음미하는 것이 이제는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나에게 이 여행은 어쩌면 어느 한 지점에 목표를 두고 떠나는 치열함의 여정이 아닌, 거듭된 윤회(輪回)를 통한 일종의 잔잔한 서사(敍事)이다.” 30여 년간 도자, 설치예술, 가구, 드로잉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도예가 이헌정의 말은 단지 예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각 분야에서 수 십 년 간 열정을 바친 인생이란 어떤 것인지를 짐작케 해준다.
이헌정 작가는 예술가로서 그동안의 삶을 ‘정신적 여행’으로 압축했다. 계획을 짜고 그것에 맞춰 작품을 창작하지 않는 것. 관객들에게 작품의 내용을 이해하도록 강요하지 않는 것. 가슴으로부터 나오는 솔직한 감성을 지성으로 가로막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되도록 놔두는 것. 그는 ‘정신적 여행’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여행은 나에게 있어서 작업의 원천인 동시에 작품 활동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수 십 년을 바쳐 한 분야에서 이룰 수 있는 경지가 이런 자연스러움과 자유인 듯하다. 그래선지 이헌정 작가는 인간의 자연스런 삶의 반경 안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그의 작업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공부를 위해 책상을 만들고, 식사를 하기 위해 수저를 만들고, 생존을 위해 칼이며 창이며 활을 만들어 사냥을 하고, 문명을 세우기 위해 도서관과 미술관을 지은 것처럼 이헌정 작가는 그 모든 것들을 작품으로 창조해왔다. 그의 작품에는 의자며 탁자며 화장실의 개수대며 일상의 도구가 망라돼 있다. 심지어 동물상이나 인물상도 등장한다. 이 같은 포용력의 비결은 무엇일까. 작가는 “나에게 있어서 세상은 엄청나게 빠르게 흐르는 급류와 흡사하게 느껴진다. 반면에 내 몸 속에 조용하게 고여 있는 연못이 하나 있다”며 “나는 한쪽 발을 내 마음속의 고요한 연못 속에 살며시 담근다. 잠시 후 나는 그 행위를 통하여 극한적 혼돈을 느끼고 비로소 그 공포 앞에서 전율한다. 나는 그 혼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양쪽 발을 번갈아 가며, 때로는 다른 한쪽 발을 깊이 디뎌보기도 한다. 그리고 서서히 그 혼돈 속에 익숙해져 간다”고 했다. 일종의 균형감이다. 그는 어린 시절에 시이소 게임을 떠올리며 “나는 아직도 지성과 가슴, 바깥세상과 내 안의 연못 그리고 멀리 보이던 담 너머의 공장들과 파란 하늘 사이에서 천천히 그리고 조용하게 시이소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박소정 아트에이전시 더 트리니티 박소정 대표
박소정 아트에이전시 더 트리니티 박소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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