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관심이 가는 단어는 고졸미(古拙美)이다. 기교 없이 예스럽고 소박한 맛이 드러나는 친근감을 두고 한 말이다. 천진한 웃음은 이것과 통한다. 사람들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만들고 발전시키고 또 한쪽에서는 소멸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 맛 나는 물건들이 있다. 그런 것들이 시간에 의해 닳기도 하고 무형의 그 어떤 것으로 남게 된다. 이런 것들에서 배어나오는 것이 바로 고졸한 아름다움이다. 앞서간다는 것은 새로운 개념이나 미학적 수호아래 보호받게 되지만 이 고졸한 미학은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리 주변에 흔히 발견되는 것이다. 본다는 것에서 느끼는 호흡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웃음은 그러한 것이다. 자연의 상태에 가까우며 ‘스스로 그러한 것’이 웃음이란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피어나는 그런 웃음꽃을 그릴 것이다.”
이순구 작가는 자신의 작업노트에서 ‘웃음의 미학’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교과서에 소개될 만큼 국내에서 대중적 사랑을 받고 있는 이순구 작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맑은 웃음을 찾아보고자 했다. 그래서 생략과 과장을 통한 ‘웃는 얼굴’을 모티브로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필자는 기업 연구원들에게 이순구 작가의 ‘웃는 얼굴’ 연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BBC의 흥미로운 토픽을 접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뇌 과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종합한 결과, 웃는 것이 조직을 더 창의적이고 유대 깊게 만들어준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20년간 웃음을 연구해 온 미국의 뇌 과학자이자 심리학 교수인 로버트 프로바인은 연구를 통해 인간이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 30배 더 많이 웃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의 연구에서 특히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다. “끝났어요” “됐다” “할 수 있어요” 등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를 마치고 사람들이 잘 웃는다는 것이다. 웃음은 이처럼 동료들과 사무실에서의 웃음은 유대감을 높이고 긴장을 내려놓게 하여 안정된 관계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영국의 소피 스콧 교수에 따르면, 웃음은 우리가 안전하고 안정된 상태에 있다는 무의식적인 신호라고 한다. 우리는 안정된 상태에 있을 때 아이디어를 더 자유롭게 떠올리고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데 웃음이 곧 창의성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40년간 인간이 언제 가장 창의적인지 연구해온 하버드의 테레사 애머빌 교수 역시 웃음을 통해 안정된 상태에 있을 때 아이디어를 더 자유롭게 떠올리고 창의적인 사람이 된다고 했다. 어떤 연구자들은 웃는 행위가 사람의 집중력을 떨어뜨려 주제와 상관없는 다른 생각을 하게 해서 유연한 사고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