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심각한 노동 착취 실태…알바하려면 보증금 내라?
[매일일보] 화이트데이를 맞아 사탕판매업체들이 분주했던 지난 14일,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알바연대의 기자회견이 열렸다.알바연대 “가맹점주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
SPC그룹 ‘수탈체계’ 속 최저임금 준수는 불가능
최저임금도 안주면서 맨손 튀김
몽실씨가 처음 면접을 봤던 파리바게뜨 매장은 집에서 지하철로 세 정거장 떨어진 것이었는데, 3개월 동안 수습기간을 적용한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시급 4300원을 지급하면서 알바가 쉽게 그만두는 것을 막기 위해 근무하려면 5만원의 보증금을 사장에게 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황당한 마음에 구직을 포기했다.이후 오전 알바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간 집 근처 파리바게뜨에서도 비슷한 노동조건을 제시 받았지만 집에서 가깝고 전 매장과 달리 보증금을 달라는 소리를 하지 않아서 조건을 수락하고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하지만 몽실씨에게 주어지는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시급에 비해 노동강도는 너무도 강했다.몽실씨는 “사장은 (빵 진열·계산·제빵사 보조 등 많은 양의 일을 하는)저에게 속도가 느리다고 계속 다그쳤다”며 “계속 사장이 저에게 뭐라고 해서 일하는 방법을 바꿔 왼손으로는 도넛의 모양을 만들고 오른손으로는 채를 잡고 고로케를 튀겼다”고 당시의 고충을 토로했다.심지어 몽실씨는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 장갑을 빼고 일을 해야 했다”며 “그 과정에서 손에 기름이 튀는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몽실씨가 3개월의 알바기간에 만난 제빵사도 다른 알바생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노동조건에 처해있었다. 제빵사 중에 정규직은 몇 없이 대부분 파견직이고, 일이 너무 힘들어서 쉬는 날에 데이트 하는 것조차 피곤하다는 것이었다.매장 알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위치에 있는 제빵사들조차 점심을 먹는 것도, 쉬는 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파리바게뜨 매장의 노동현실이라고 몽실씨는 전했다.노동착취 원흉은…점주, 가해자이자 피해자
알바연대 측은 이렇게 일이 너무 힘든데도 월급이 지나치게 적은 이유에 대해 “프랜차이즈 본사가 점주를 쥐어짜는 구조 속에 놓여있기 때문”이라며 “점주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라고 프랜차이즈 본사인 SPC그룹에 그 책임을 물었다.파리바게뜨의 모회사는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파스쿠찌 등의 대형 프랜차이브 브랜드 들을 거느리고 있는 SPC그룹으로, 계열사 중에는 SPC캐피탈이라는 대부업체도 있다. 이 대부업체는 SPC의 계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신규 오픈할 때 대출해주는 것이 주 사업이라고 한다.이에 대해 알바연대 이혜정 활동가는 “SPC 본사는 가맹점을 늘려서 돈벌고, 본사 대부업체를 통해 돈벌고, 점주들에게 인테리어 공사를 강요하면서 돈벌고, 인테리어 시공사에게 대금을 지불하지 않아서 또 돈을 쌓고 점주들이 가게를 접으면 위약금을 통해 또 돈을 번다”고 지적했다.이혜정 활동가는 “SPC 가맹점에서 일하는 점주들은 알바생들에게 백원을 더 뜯을까, 이백원을더 뜯을까 고민하면서 전전긍긍하고, 또 알바는 먹고 살기 위해 악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살아간다”며 “파리바게뜨 노동착취 근원에 SPC의 가맹점 수탈이 있다”고 지적했다.한편 알바연대는 지난 2월 알바를 대량으로 채용하는 업종별 프랜차이즈 기업중 규모가 가장 큰 GS25, 파리바게뜨, 롯데리아, 카페베네와 함께 알바 착취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고용노동부를 ‘알바5적’으로 발표하고 연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2월 28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첫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지난 8일 GS25, 14일 파리바게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데 이어 오는 21일 서울 용산구 롯데리아 본사 앞에서 네 번째 기자회견을 이어갈 예정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